신약이 글로벌 최초 출시 후 국내 도입되기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보다 오랜 기간 소요되며, 신약 출시율 및 급여율도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국 제약연구 및 제조사협회(PhRMA)가 지난달 발간한 ‘글로벌 신약 접근 보고서(Global Access to New Medicines Report)’의 신약 출시 현황 분석 결과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한 총 72개 국가를 G20, OECD, 지역별로 세분화해 국가별 신약 출시현황 및 건강보험 급여 실태를 조사했다.
이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10년간 미국‧유럽‧일본 중 시판허가를 승인받은 총 460개 신약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최초 출시 후 1년 이내 도입된 신약 비율에서 한국은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조사됐다.
OECD 국가 평균 신약 도입률(비급여 출시율)은 18%인 반면 우리나라는 5%로 약 1/4에 불과했다. 높은 신약 도입률을 나타낸 국가는 미국(78%), 독일(44%)과 영국(38%) 순이었으며,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약 2배에 가까운 32%로 조사됐다.
세계에서 개발되는 신약이 100개라면 OECD국가에서는 1년 이내에 평균 18개, 일본에는 32개의 신약이 환자들에게 선택권이 있는 반면, 국내 환자는 비급여 조건에서도 5개의 신약 정도밖에 쓸 수 없다는 의미다.
질환별 조사에서도 항암제 및 희귀질환 신약의 경우 글로벌 출시 후 한국에 비급여로 출시되기까지 약 27~30개월 정도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이 평균 12~15개월, 일본이 18~21개월 걸리는 것에 비해 한국서 신약 출시는 2배 정도 기간이 더 소요된다.
또 신약의 글로벌 첫 출시 후 한국에서 급여까지 걸리는 기간은 총 46개월이었다. OECD 국가 평균은 45개월로 비슷했으나, 일본(17개월), 프랑스(34개월)에 비해 한국은 10개월에서 길게는 2배 이상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국내 환자들이 보험급여를 통해 신약 혜택을 받는 데까지 글로벌 첫 출시 후 약 4년 가까이 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건강보험 급여 신약 비율은 22%로 OECD 국가 평균(29%)보다 아래를 밑돌았다. 이는 일본(48%)과 영국(48%)과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이다.
지난 10년 동안 출시된 신약이 100개라면 일본은 절반 가까운 48개 신약을 국민들이 보험급여로 사용할 수 있었다. 반면 국내 환자들이 건강보험 급여를 통해 실제 치료받을 수 있었던 신약은 22개라는 의미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신약 출시 후 국내에 도입되고 급여화되는 비율과 기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신약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국내 환자들도 글로벌 신약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빠르게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