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병원들의 2024년 신년사에서 분원 추진 관련 분위기 명암이 엇갈렸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공개한 병원과 최대한 언급을 자제한 병원으로 나뉘었다.이는 보건복지부의 병상 감축 정책과 대형병원의 문어발식 확장을 반대하는 정치권 분위기는 물론 부동산 경기 악화로 사업 지연 등이 불가피한 데 따른 행보라는 해석이다.
데일리메디가 주요 대학병원들의 신년사를 종합 검토한 결과, 핵심사업인 분원 추진 계획 공개와 관련해서 병원 간 온도차가 감지됐다.
분원은 해당 대학병원 숙원사업으로 조직원은 물론 의료계 주요 관심사로 신년사에서는 빠짐없이 언급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변화가 관측된 것이다.
현재 분원을 추진 중인 대표적인 대학병원은 ▲서울대병원 배곧신도시 분원 ▲서울아산병원 청라 분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송도분원 ▲아주대병원 평택 분원 ▲가천대 길병원 위례 분원 ▲인하대병원 김포분원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등이다.
청라아산병원, 토지매매 계약 완료···미래인재정책단 출
서울아산병원장 박승일 병원장 신년사에서는 청라아산병원의 세부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개원을 대비하기 위한 미래인재정책단 출범과 준비 현황을 함께 알린 것이다.
박 병원장은 “2029년 개원 예정인 청라병원은 2023년말 토지매매 계약을 완료했으며, 첫 삽을 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공개된 바와 같이 청라아산병원은 풍납동 캠퍼스 3분의 2 규모인 3만평 대지 규모, 지상 18층 지하 2층 800병상 병원 건물과 보호자, 의료진 숙박 시설인 메디텔로 이뤄질 예정이다.
또 첨단 스마트 의료환경 구축과 진료 인프라 확장, 젊은 인력 채용으로 인력 운용 효율화를 꾀한다는 구상까지 함께 소개했다.
박승일 원장은 “아산청라는 본원인 서울아산병원과 시너지를 이뤄 세계 일류 병원으로 나가기 위한 밑바탕을 다져 갈 것”이라는 포부도 함께 덧붙였다.
아주대병원 평택분원 순항…2026년 착공 예정
아주대학교 한상욱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도 신년사에서 아주대학교 평택병원의 구체적인 착공 일정을 공개했다.
한 의료원장은 “지난해 6월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11월부터 건립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인 아주대 평택병원은 올 상반기 내 설계업체를 선정해 2026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분원 계획이 지난해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복지부의 병상 조절 정책에 비교적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라는 해석이다.
한 의무부총장은 “분원은 500병상 규모로 쾌적하고 안전한 진료 환경을 갖춘 신관과 최적의 연구 환경을 조성할 첨단의학관 역시 올해 배치 계획 등을 구체화해 설계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천대 2027년 개원 목표…신년사 언급 ‘NO’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도 신년사에서 위례병원을 언급하지 않고 인공지능(AI) 혁명과 대응 자세 강조에 할애했다.
하지만 가천대 길병원의 위례 분원은 상대적으로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현재 위례신도시 의료복합타운 내 병원 설계를 진행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길병원에 따르면 설계 작업에는 18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며 이후 2025년 착공에 돌입해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앞서 길의료재단과 호반건설 등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 2021년 서울 위례신도시 의료복합타운 사업에 선정됐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 272 일원 면적 4만4004㎡ 의료복합용지에 1000병상의 종합병원을 제시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 배곧분원 구체적 언급 자체…유찰 사안 고려
먼저 서울대병원 김영태 병원장은 분원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했다. 최근 유찰에 따른 사업 지연 악화 등에 기인한다는 해석이다.
조달청은 지난 2023년 11월 27일께 ‘배곧서울대학교병원 건립공사 설계시공 일괄’을 공고했지만, 개찰일시인 12월 20일에도 결국 최종 유찰됐다. 신청업체가 1개 사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9월 사업비 571억원을 증액하며 사업 탄력을 기대했지만, 최근 태영건설 부도 우려 사태 등 냉각된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송도세브란스, 치솟는 사업비 촉각
윤동섭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새 병원에 대한 추진 여부만 간략히 언급했을 뿐 세부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윤 의무부총장은 “새 병원 건립 사업을 추진하며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도심형 스마트 병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짧게 밝혔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2022년 인천 송도세브란스병원 착공식을 진행한 바 있으며, 오는 2026년 12월 800병상 규모 개원을 목표로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송도세브란스병원 시공비용이 당초 4200억원에서 현재 8800억원으로 두 배가량 상승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인하대병원, 김포 분원 오리무중
조명우 인하대 총장도 현재 오리무중에 빠진 김포 분원에 대한 청사진 등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며, 김포메디컬 캠퍼스 추진에 대해 의지를 짧게 표명하는 데 그쳤다.
조명우 총장은 “김포 메디컬 캠퍼스는 인하대학 캠퍼스인 동시에 지역사회 구성원 전체의 캠퍼스란 사실은 모두가 공감한다”며 “관계 기관 및 지역 주민과 협력해 계획을 원활히 추진해 나가는 동시에 교육 기회와 성과를 지역 주민에게 확대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인하대병원 김포분원 추진 핵심 열쇠를 쥔 김포도시관리공사의 서류 보완 요구로 인하대 측은 추가 제출했지만, 이 역시도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표명해 사업 추진에 곤란을 겪고 있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임 시장의 추진 사업에 대한 거부감 작용 및 김포시의 서울권 편입 등을 고려한 의도적 기피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인하대병원 송도 분원은 병원이 아닌 대학교가 주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