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실현 가능할까
의료계 내부적으로 공감대 크지만 '대상·기준·범위' 등 과제 산적
2024.07.16 19:02 댓글쓰기




[기획 3]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상황에서 정부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4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 4대 과제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도 포함됐다.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는 ‘의사를 사회적 비용으로 육성해야 하나’, ‘어떤 과를 지원하나’ 등 형평성 문제를 놓고 의료계와 정부, 시민사회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공회전을 거듭했다. 


전공의들은 꾸준히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필요성을 설파해왔다. 지난 2022년 4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 정책 제안으로 이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전공의 수련비용 국가지원 ▲지도전문의·책임지도전문의 체계 내실화 ▲연차별 교과과정 체계화 ▲수련병원과 비수련병원 분리 ▲기피과목 지원 연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외에서는 미국·영국·일본·호주·캐나다 등이 이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동안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수련비용을 전담해왔다. 


전공의가 피교육자이면서 근로자인 모호한 신분적 특성을 지니는 게 복잡한 현 상황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병원 수련비용 부담→전공의 업무 과중 초래 우려


이에 그간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수련하는 의사를 왜 국가가 돈 들여 양성해야 하냐’는 의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때문에 정체된 이 구조는 전공의들의 과로와 열악한 처우로 이어졌고, 전공의들의 현장 증언에서 이 같은 불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이혜주 前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는 세계의사회 산하 젊은의사네트워크에 참석해 한국의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행 전공의법에 따라 전공의는 주 80시간 넘겨 근무할 수 없지만 실제 대부분은 초과 근무하고 있으며, 100시간까지도 근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는 “병원이 연간보고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근로시간 조작을 강요해 추가 수당을 못 받는다”며 “관리감독 인원 충원이 필요하지만 많은 병원이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배의사들 “지도전문의 지원 필요”


선배의사들도 전공의 수련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현장에서 지도전문의 개개인의 역량으로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열린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이선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졸업후교육위원장은 “제대로 교육할 지도전문의가 필요하고 수련비용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6월 14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도 교육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시각은 이어졌다. 


제도의 실효성을 거두려면 지도전문의들의 교육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시내 가톨릭의대 교수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연간 10조원의 전공의 수련교육 비용을 국가 및 보험회사에서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는 전공의 1인당 교육비를 연간 1억~1억2000만원 수준으로 지급하며, 영국은 전공의 급여의 50% 및 수련교육 직접비를 제공하고 있다. 


응급의학과·흉부외과 등 우선 지원 후 확대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수련 국가책임제 로드맵을 제시했다. 근로자로서 발생하는 비용은 수련기관이, 피교육자 신분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선 1단계(2024년~2025년)는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내년 시행하되, 국가예산 확보가 어려우므로 필수의료 중 바이탈과와 직접 관련된 과목 전공의를 대상으로 우선 시작하는 게 골자다. 


그는 “바이탈 진료과 선정은 별도 전문가 논의를 거쳐 응급의학과·흉부외과·신경외과·외상 및 화상 전문·마취틍증의학과 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진료과목 전공의에게는 수련기관이 지급하는 인건비 외국가가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가령 1인당 연 3000만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2단계(2026년)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로 확대하고, 지방에 일정기간 근무할 것으로 계약한 전공의들도 수련기관 지급 인건비 외 국가에서 1인당 약 300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이어 3단계(2027년)에는 평가를 하고, 2029년부터 모든 진료과목을 대상으로 국가가 지원하자는 아이디어다. 


또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를 위한 다양한 모델은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지도전문의들이 전공의 수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신영석 교수의 지도전문의 설문조사 결과 지도전문의의 전공의 지도 시간은 자기 활동의 평균 15% 수준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책임지도전문의는 근무시간의 60% 이상을 쓴다.


박시내 교수는 “지도전문의들이 헌신하라는 식으로는 수련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며 “지도자로서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아는 지도전문의가 훌륭한 전문의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수의료과 전공의 선(先) 실시→타 진료과 확대 가능?

 

정치권에서는 ‘필수의료과’ 전공의를 중심으로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지난 21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했다.


다만 정부가 필수의료 진료과목을 아직 정의하지 못한 데다 ‘특히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과’의 조건은 더욱 모호해 결론은 아직 미정이다.


의사 출신 신현영 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2년 필수의료과 전공의 국가 지원을 의무화하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국가가 전공의 육성, 수련환경 평가 등에 필요한 행정·재정 지원을 하는 경우 특히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필수과를 우선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 前 의원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를 언급하면서 “생명과 직결된 전문과목에 대한 전공의 지원율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진료과목ㄷ은 수련과정 업무강도가 높고,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필수의료 살리기는 전공의 지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政, 국·공립 우선 지원 등 실효성·형평성 논란 불가피

지원 대상과 범위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전공의가 쏠리지 않는 지역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3월 대통령실은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를 약속하면서 “적절한 처우 개선을 추진하고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지역 국립대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도가 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정부는 국·공립병원에 산부인과·흉부외과·응급의학과 등에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했지만 이후 가산금 지원으로 전환되면서 폐지된 바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특히 응급의학과는 타 과목과의 형평성 문제 제기로 폐지됐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심장혈관흉부외과, 외과 등은 정부가 2009년부터 수가 가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가산금이 의료진 개인이 아닌 병원 수익으로 전용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학회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몇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지원 범위가 줄었다. 

기피과목 대상 다양한 소생 노력 펼쳤지만 ‘무용지물 결과물’ 참고 필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를 비용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려 한다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표적 기피과인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한 시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정부는 “2024년부터 3년 간 소청과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수련보조수당을 시범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4년 예산안에 43억7000만원의 예산을 신규 편성했다. 

올해 3월부터 소청과 전공의와 전임의 총 360명에 대해 매달 수련비용 100만원을 지원하고, 오는 2027년까지 129억원을 지급한 후 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206명 모집에 54명만 뽑혀 26.2%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25.5%) 사정과 다르지 않다. 

전공의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인력 풀’ 자체가 적으면 제도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단 분석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소아청소년과 전임의 수련기관 및 분과별 배출 현황을 보면 전임의 역시 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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