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중심 상급종합병원…政, 구조개혁 박차
저평가된 중증진료 '수가 인상'…24시간 응급진료 당직·대기 등 보상 강화
2024.10.15 10:19 댓글쓰기



[기획1]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혁에 시동을 건다. 가장 크게 변화하는 점은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전공의 수련의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고 상급종합병원에선 중증·응급 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 공급·이용 체계를 뜯어고친다. 중증 치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일반 병상을 축소하며 병상 억제에도 나선다. 의대 증원 강행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으로 촉발된 이번 의료개혁 역시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재원 마련 방안은 물론, 전공의 수련, 부족한 인력 수급 확충을 위한 PA 제도 합법화까지 의대 증원에 맞먹는 갈등이 예상된다. 이에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을 집중 분석하고, 변화하는 제도가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지속가능한 중증·응급 중심의 진료체계를 확립하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이 9월부터 시행된다.


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비중을 3년 내 70%까지 상향하고, 일반병상을 최대 15%까지 감축해야 한다.


또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해 전문인력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고,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중을 현재 40%에서 20%로 단계적으로 줄여 밀도 있는 수련을 제공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환해서, 전문의·진료지원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 중심이 되도록 바꿔나가겠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편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8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국정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은 경증 진료가 줄어들고, 중증, 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역, 필수 의료 체계를 강화하는 의료개혁은,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역에 차별 없이 공정하게 보장하기 위한 개혁”이라며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상급종병 역할 재정립…중증진료 늘리고 일반병상 축소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해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으로 하는 종합병원이다. 


하지만 그간 경증과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환자 진료를 상당 부분 담당하면서 역할에 맞지 않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사업 방향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정부는 중증이나 3차 의료기관으로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원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비중을 3년 내 70%까지 상향하거나 현행 비중의 50% 이상을 높여야 한다.


반면 서울의 경우 전체 허가 병상이 1500병상 이상인 병원은 일반병상을 15%, 그 외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은 10%까지 감축해야 한다.


수도권의 상급종합병원은 일반병상을 10%, 비수도권은 5%를 줄여야 한다. 다만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응급센터, 외상센터의 일반병상은 감축 대상에서 제외한다.


중증환자 중심으로 안정적인 전환이 가능하도록 중증환자 진료에 대한 수가를 인상하고 성과 보상을 지원한다.


입원료와 중환자실 수가는 50% 수준으로 정액 인상하고, 중증 수술과 마취행위에 대한 수가도 올린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 추진단장은 “중증수술과 마취 수가는 보상이 적은 대표적 분야로 원가 대비한 보상 수준은 85% 정도”라며 “우선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다빈도로 시행하는 고도의 중증수술 수가와 마취 수가를 먼저 올려서 원가에 가깝게 올리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보상 인상 수준과 일정은 추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서 발표할 예정이다.


정 단장은 또 “검체 영상이라든가 이런 분야는 원가보다 고보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보상된 수가의 인상과 함께 고보상된 수가를 균형수가로 맞추는 작업도 같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가 인상으로 환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가가 오르면 환자의 본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중증 수가 적용을 받는 환자는 대부분 산정특례의 적용 대상으로 5∼15% 정도의 소규모 본인부담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부담 상한제나 재난적의료비제도 등 본인 부담을 낮추는 여러 가지 제도가 있기 때문에 수가가 오른다고 해서 그만큼의 본인부담이 올라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문의 전문진료와 권역 내 의뢰·회송 보상을 강화한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4시간 응급 진료에 대한 당직·대기 보상을 최초로 신설한다. 적합 질환 진료 여부와 진료협력 여부 등 성과를 평가해 사후 성과 보상도 제공한다.




상급종병 쏠림 방지…‘2차병원’ 키워 의료체계 확립

내가 사는 곳에서 ‘최종 치료’…국립대병원도 적극 투자


2차 병원의 역량을 강화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해소한다. 


같은 종합병원이더라도 기능과 역량이 다른데 현재는 병상수(100병상 이상)와 진료과목(7개 이상) 기준만 맞추면 모두 종합병원으로 분류됐다.


이로 인해 환자가 질환과 증상에 맞는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정부는 2차 병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종합병원의 핵심 기능인 ‘포괄적 진료 역량’과 심뇌 등 중증 응급 기증을 정립하고, 기능과 성과가 우수한 종합병원에 대상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심장·뇌·수지접합·화상 등 필수 전문진료를 하는 전문병원을 육성하고자 내년 중 ‘전문병원 지정 및 육성체계 전면 개편안’을 발표하고 전문병원에 합당한 보상을 할 예정이다.


회복·재활을 위한 아급성(급성과 만성의 중간) 의료체계도 확립한다.


이를 위해 ▲ 아급성 병원 기능 ▲ 유형 ▲ 급성-아급성 간 횡적 의료체계 구축 ▲ 적정 보상체계 등을 포함한 육성방안을 후속 과제로 마련할 계획이다.


지역 환자가 서울로 올라오지 않고 거주지에서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거점병원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늘린다.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비롯한 시설·장비 첨단화에 1836억원을 투입하는 등 재정 투자를 강화한다.


지역 국립대병원에는 내년부터 연간 2000억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국립대병원의 필수의료 투자를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돼 온 총액 인건비와 총정원 규제를 혁파한다.


이를 위해 내년 1월부터 국립대병원은 기타 공공기관 지정 예외를 적용한다. 


또 지역 국립대병원의 교수 정원을 내년에 330명 확대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7년에 1000명까지 확대한다.


내년 지역 국립대병원 특화 연구개발(R&D)에 110억원을 신규 투자해 임상, 교육, 연구 역량을 키운다.


국립대병원이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립대병원 관리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기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국립대병원이 수월성과 책무성을 바탕으로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체계의 확고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전폭적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자의 비용 부담 구조 역시 재설계 된다.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 4∼5에 해당하는 경증과 비응급 환자가 권역과 지역 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할 경우 외래진료비 본인부담을 상향하고, 경증 응급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기관과 발열클리닉을 확대한다.


경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지역병의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2차급 병원 의뢰서가 없거나 산정특례 진단 등 예외적인 사유가 아닌 경우에는 외래진료비를 현행 60%에서 전액 본인 부담하도록 상향한다.


환자가 미리 갈 병원을 정하고 의사에게 의뢰서 작성을 요청할 때 의사가 이를 거부하거나 해당 의료기관에서 치료할 중증 환자가 아니어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는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명시한다.


정경실 단장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대형병원 이용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빨리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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