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년 간 10조원의 건강보헙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질환 중심으로 전환한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전문의 배출에 대한 해결책 없는 상태에서 추진되는 정부 개혁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병원들의 신청·접수를 받고, 준비가 된 의료기관부터 시범사업에 착수한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은 지난달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된 바 있다.
정부는 우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에 집중하도록 진료 구조를 전환해 중증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 중증 비중이 상이한 점을 감안해 70% 상향을 목표로 하되, 비중이 낮은 병원은 70%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상향 목표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현행 중증 분류 기준 한계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해야 하지만 비중증으로 분류돼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예외 기준을 신설한다.
2차 진료협력병원에서 의뢰된 환자와 중증 응급 상태로 응급실을 경유해 입원한 환자, 중증 소아환자 등은 현행 분류체계상 중증이 아니더라도 중증으로 간주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인력 구조도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적합하게 바꾼다.
전체적인 진료 규모를 축소하고, 중증·응급진료에 집중해 인력 감축 없이 현행의 인력 고용을 유지하며, 전문의, 간호사 등의 팀 진료를 통해 인력 운용을 효율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연간 3조3000억원, 3년간 총 10조원의 건강보험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온·온프라인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설명회도 개최한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이번 시범사업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가장 중요한 '중환자 개념'도 없고, 사업 추진 시 예상되는 의료현장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표된 것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 내년 전문의 배출에 대한 해결책도 없이 상급종합병원 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근본적인 기능을 망각한 채 만들어낸 졸속 시범사업임을 정부 스스로가 방증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임종한 주치의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인하의대 교수)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은 협력기관인 1, 2차 병원의 근본 변화가 있어야 하며 이는 단기적으로 매달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종훈 병원정책연구원장은 "전문의들이 전공의 역할을 하는건지, 다른 누군가가 한다는 건지, 전문의들은 준비가 돼 있는지 따질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다 전문의를 하지 않겠다고 전공의들이 사직했고, 지방병원에는 전문의가 없다고 하는데 갑자기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든다는 건 모순적이지 않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