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지멘스 헬시니어스가 공정거래위원회와 진행한 소송 2건에서 모두 승기를 잡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로부터 여러 위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지멘스가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11월 28일 공정위 상고를 모두 기각했으며 공정위가 지멘스를 상대로 부과한 시정명령 및 63억2000만원의 과징금 처분도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지멘스가 2018년 국내 의료기기 유지보수 분야에서 경쟁업체를 배제하고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불공정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약 6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건이다.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의료기기인 CT(전산화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장비는 안전관리를 위해 주기적인 유지보수(A/S)가 필수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 접근에 필요한 '서비스키'가 필요한데 공정위는 지멘스가유지보수를 자사에 맡기는 병원에만 서비스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경쟁업체와 거래하는 병원에는 유상으로 판매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멘스는 국내 CT, MRI 장비 시장 1위로 A/S 시장 역시 90% 이상 독점하고 있다. 지멘스가 유지보수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지키기 위해 '경쟁업체 죽이기'에 나섰다고 본 것이다.
또 지멘스가 병원 측에 2014년 12월과 2015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다른 유지보수 사업체와 거래할 때 생기는 위험성을 담은 공문을 보냈는데 그 내용이 크게 과장됐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약 6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멘스에 중소 경쟁업체를 배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63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은 달랐다.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은 지멘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일부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멘스 해당 행위가 경쟁업체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정책상 서비스키 무상 제공 관행이 없었으며, 유상 제공 행위가 서비스 소프트웨어 저작권자 권리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시장 경쟁 저해 및 새 유지보수 사업자 시장 진입 장벽 효과를 일으켰다는 점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을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당사는 공정경쟁 기본 원칙을 준수하며 투명 경영에 앞장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멘스는 공정위와 벌인 또 다른 소송에서도 승소 판결을 받아 불공정거래 의혹을 모두 씻어냈다.
앞서 공정위는 2022년 7월에도 지멘스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의료기기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비용을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전가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지멘스가 2010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소프트웨어 비용을 계약상 근거나 사전 협의 없이 유지·보수 위탁 계약을 맺은 7개 대리점에 떠넘겼다고 보고있다.
지멘스는 이 건에 대해서도 회사와 대리점 우호적 협상을 통한 결정이라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고등법원은 단순히 계약서에 관련 규정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거래상 지위 남용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아울러 공정위가 문제로 지적한 후청구 방식은 수수료에서 소프트웨어 비용을 선차감하는 것과 공제하는 방식의 차이만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해당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진행했지만 대법원은 9월 13일 이를 기각하고 지멘스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