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사태로 의사단체행동 정당성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노동조합법 차용 등 장기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핵심은 의사들 단체행동을 규율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일부 원칙을 차용하는 등 새로운 제도적 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재희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최근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에서 ‘의사 단체행도권의 헌법상 기본권성 인정 여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재희 법제이사는 "의사 단체행동을 규율하려면 노동조합법 개념을 차용해볼 수 있다"며 "최근 법원에서는 전통적인 해석론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 노동자 등)의 근로자성과 쟁의행위를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한민국 의사, 정해진 의료수가만 받아 근로3권 인정이 무리한 해석 아닐 수 있다"
이 같은 판례 추이에 비춰 볼 때,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전제로 성립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서 전공의, 봉직의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는 정해진 의료수가만 받을 수 있어 근로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인정이 무리한 해석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힘의 불균형에 대한 조정적 차원에서 인정되는 특별한 기본권인 만큼 모든 의사에게 인정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합상 창구 단일화와 교섭주체의 명확화도 제안했다. 노동조합법은 교섭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방법부터 명확히하고 있다.
반면 지난 2020년 ‘9.4 의정합의’ 후 벌어진 의사협회와 그 산하 단체인 전공의협의회 사이의 갈등이나 현재 벌어진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의사협회 사이의 갈등은 교섭의 상대방인 정부로 하여금 누구와 교섭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만을 갖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즉 전공의들만의 단체행동이라면 전공의협의회가 교섭 주체, 모든 의사가 참여하는 단체행동이라면 의사협회가 교섭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사 쟁위행위→"정치적 목적 불법쟁의행위 아니다"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쟁의행위가 아닌 정부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쟁의행위는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내놨다.
이 이사는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단체행동을 하는 것은 의사들의 근로조건 향상과 관련이 없고 일반적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에서 제외되는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정치적 목적의 불법쟁의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이재희 이사는 “2024년의 대한민국은 입법부 통제를 받지 않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의 독선과 자의가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한 극기체험장이었다”고 평했다.
의료법 제59조 제1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이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2024년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진료 유지 명령, 집단행동 금지 명령,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으로 전공의들에게 강제 노동을 부과하고, 이에 반대하는 의사들 입을 막기 위해 남용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사 단체행동권이 헌법상 기본권적 지위를 인정받아 보호받는다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이 규정은 반대로 말하면 국민 기본권은 필요한 경우를 넘어 제한할 수 없으며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제한할 수도 없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