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대법원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골수천자 검사를 시행한 사건 판결을 두고 의사와 간호사 간 희비가 엇갈렸다. 의료계는 "국민건강 위협"을 주장하는 반면, 간호계는 "현명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지난 12일 '간호사의 골수검사를 위한 골수천자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뒤엎고, 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전문간호사여도 한 분야에 특정된 '간호사' 자격을 부여받았을 뿐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협회는 "본질적으로 '간호사'의 면허된 업무범위는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부위의 안정성, 단순 숙달 등을 이유로 면허된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이 과연 일관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간호법 통과 이후 의료전문지식이 없는 법원이 의학적 판단이 아닌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음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대한내과의사회 역시 성명서를 발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의료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골수천자 검사와 같은 의료행위는 의학적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절차로, 이를 간호사가 독립적으로 시행한 것은 분명히 의료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라는 게 의사회의 주장.
내과의사회는 "법원의 이번 판결은 의료행위 전문성과 그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골수천자 검사는 의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의료행위"라고 역설했다.
또한 의료법 위반 범위와 기준은 명확히 설정돼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처벌은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은 법적 기준이 모호하게 적용된 사례로, 잘못된 판례로 남아 향후 유사 사건에서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간호 전문성 및 환자 중심 의료 반영한 판결"
반면, 간호사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간호 전문성과 환자 중심 의료를 반영한 현명한 판결"이라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전문간호사협회는 "이번 판결은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 의료 서비스로 변화하는 현장을 담아냈다"며 "의료 현장에서 전공의와 전문의 수급의 과별·지역별 불균형은 이미 고착화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안전하면서도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인들은 적절한 업무범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의사의 업무인가 간호사의 업무인가를 나누기보다 안전에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서도 동일한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고려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에서 전문간호사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았다고 봤다.
전문간호사협회는 "전문간호사는 양질의 교육과 자격시험을 통과한 질적인 인력으로서, 이번 대법원 판결 과정에서 치료의 질이 유지되는 인력임이 증명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향후 전문의 중심병원, 다학제의 팀 기반 의료체계 구축에서 의사의 지도·감독하에 의료행위를 위임받아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할 때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이라고 부연했다.
대한간호협회의 경우 대법원 판결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단, 간호법 하위법령 제정 시 적절한 업무범위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협회 측은 "간호법 하위법령을 제정하면서 논의할 내용이기 때문에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한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이 사건은 2018년 병원과 의사가 간호사에게 골수검사를 위임한 것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1심 무죄, 2심 유죄가 선고됐으나, 대법원은 결과를 뒤집었다.
양보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