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3일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경호처에 가로막히며 끝내 무산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한은 오는 6일까지로, 공수처가 이번 주말 체포영장 집행에 다시 나설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저 경내 진입했으나 경호처와 5시간여 대치
이대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장(TF장)을 비롯한 공수처 수사팀은 3일 오전 6시14분경 정부과천청사에서 출발해 1시간쯤 후인 7시 21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했다.
수사팀은 관저 앞에서 대기하다가 오전 8시 2분경 관저 앞 바리게이트가 열린 뒤 경내로 진입했다.
체포영장 집행 인원은 공수처 30명, 경찰 특수단 120명 등 150명으로, 이 중 공수처 30명과 경찰 50명이 관내 진입하고 남은 경찰관 70명은 관저 밖에서 대기했다.
수사팀은 관저 경비를 담당하는 수도방위사령부 55사단과 경내에서 다시 한번 대치하다가 이를 뚫고 관저 건물에 접근했다.
그러나 최근접 경호처와 세 번째 대치가 이어졌다. 공수처는 오전 10시 11분경 박종준 경호처장에게 체포 및 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박 처장은 경호법과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했다.
공수처는 영장 집행을 이행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건물 200m까지 접근했으나 경호처에서 버스와 승용차 10대 이상과 경호처 직원 및 군인 200여 명이 겹겹이 쌓은 벽을 뚫지 못하고 돌아섰다.
공수처는 결국 오후 1시 30분경 "금일 체포영장 집행은 계속된 대치로 인해 불가능하다고 판단, 현장 인원들의 안전이 우려돼 집행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공조본 "집행 저지 경호처장 등 고발" vs 경호처 "법적 근거없는 무단 침입"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것을 두고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와 경호처가 날 선 대립각을 세웠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3일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특수단은 당초 박 경호처장 등 경호처 관계자를 현행범으로 체포코자 했으나 공수처가 유혈 사태를 우려해 이를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3일 공조본은 관저 경내에서 2차 저지에 나선 수도방위사령부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채증 자료를 토대로 향후 이들의 입건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통령 경호처는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대해 "법적 근거 없는 무단 침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호처는 이날 공지에서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 기동대를 동원해 경호구역과 군사 기밀 시설 출입문을 시설장의 허가 없이 부수고, 심지어 근무자에 부상을 일으키며 무단으로 침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 행위를 자행한 책임자와 관련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 "尹 구질구질, 영장 집행 재개해야" 국민의힘 "영장 집행은 불공정‧월권적 부당 행위"
국회에서도 여야간 신랄한 공방이 이어졌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체포영장 집행 무산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께서는 오늘 상황을 지켜보면서 윤석열의 찌질함과 구질구질함을 다시 확인하셨을 것"이라며 "법적 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던 발언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힐난했다.
민주당은 공수처에 영장 집행을 즉각 재개하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경호처에 영장 집행 협조를 지시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영장 집행 시도를 "불공정하고 월권적인 부당 행위"라며 "공수처와 정치 판사의 부당거래"라고 비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은)도주의 가능성도 없을 뿐 아니라 수사가 상당히 진척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는 불구속 수사가 보장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체포영장 집행 시한 1월 6일 자정…최 권한대행 협조 여부 관건
공수처는 한 차례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했지만 재시도에 나설 수 있는 의지를 드러냈다.
공수처는 3일 오후 "현재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경호처 공무원들의 경호가 지속되는 한 영장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경호처에 대한 지휘감독자인 최 권한대행에게 경호처로 하여금 체포영장의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호처가 이날 200여 명을 동원해 관저 진입을 막았는데,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와 경찰 인력은 100여명에 그쳐 대응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설사 영장 집행 인력이 늘어난다고 해도 경호처와 대치 시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최 권한대행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앞서 최 권한대행이 지난 1일 공수처가 보내온 협조 공문에도 회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공수처 요청에는 응할지 불투명하다.
더불어 체포영장 집행 시한이 오는 6일 자정까지인 가운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관저 앞으로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주말 영장 집행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