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경기 침체 우려에도 지난해 의약품 매출 및 수출 성과를 토대로 성장이 점쳐진다. 당장 HK이노엔과 보령(구 보령제약)은 ‘1조 클럽’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여기에 전통 제약사 가운데 매출 1위 업체인 유한양행도 페암 신약 렉라자 FDA 허가와 더불어 사상 첫 매출액 ‘2조 클럽’ 입성이 가시화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상 첫 2조 입성 예고 유한양행···‘렉라자’ 업고 도약
유한양행은 전통 제약사 중에선 최초로 ‘2조 클럽’ 가입이 유력시 되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2024년 실적 추정치(컨센서스) 매출액 2조 730억원, 영업이익 1235억원으로 집계됐다. 추정치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금년 3분기까지 유한양행의 누적 매출액은 1조 5716억원, 영업이익 6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5%, 31.2% 늘어났다. 매 분기 5000억원을 넘어선 만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한양행의 매출 성장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미국 진입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유전변이(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폐암 환자 대상의 표적 항암제로, 지난해 8월 국산 항암 신약 최초 미국 FDA 허가를 획득했다.
유한양행은 FDA 허가에 따라 글로벌 판권을 기술이전 한 얀센으로부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약 800억원을 수령했다. 3분기 라이선스 수익, 4분기부터는 처방에 따른 로열티도 수령한다.
얀센은 렉라자의 유럽, 중국, 일본 품목허가도 나섰다. 이미 지난달 말 유럽에선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성인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제로 시판 허가 받은 상태다.
유럽 승인으로 약 400억원대 기술료를 추가 수령하고, 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추가로 받게 된다.
특히 유한양행은 렉라자 성공을 기반으로 빅파마 도약을 위해 파이프라인도 늘리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들여온 알르레기 치료제 ‘YH35324’, ABL바이오 도입 면역항암제 ‘YH32367’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후속 신약으로 연구 중이다.
조욱제 사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국산 항암제 최초로 FDA 허가 성과를 내는 등 임직원 노고에 감사하다”라며 “수익 안정화와 신약 개발 집중으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트너 바꾼 HK이노엔, 매출 1조 목표 달성 가시화
증권업계에서 전망하는 HK이노엔의 2024년 실적 추정치는 매출액 9121억원, 영업이익 933억원이다. 만약 실적이 전망치를 웃돈다면 전통 제약사 중 매출 1조원을 넘는 8번째 기업이 된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6614억원·영업이익 63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3%, 47.1% 늘었다. 4분기 숙취해소제와 케이캡 등이 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3분기 케이캡 성장에도 의료파업, 설비교체 출하 지연 등이 일부 있었다”면서 “지연 물량이 4분기 회복될 것이고 2024년도 최대 매출 달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성장세가 가파르다. 금년 1월부터 11월까지 원외처방실적 1777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당초 케이캡은 종근당과 공동판매를 통해 시장에서 급성장 했지만, HK이노엔이 수수료 등 수익성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해 계약만료와 동시에 보령과 손을 잡으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글로벌 공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HK이노엔은 2021년 미국 브레인트리와 5억4000만달러 수준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미국 임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비미란성식도염 적응증 임상 3상은 완료한 상태로, 미란성식도염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임상 결과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에 나설 계획이다.
HK이노엔은 최근에도 중남미 6개국에 '키캡'이라는 이름으로 케이캡을 출시한 상태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국산 신약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곽달원 HK이노엔 대표이사는 지난해 열린 주주총회에서 “케이캡이 새 파트너와 퀀텀 점프하는 동시에 글로벌 성과를 가시화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카나브 패밀리·항암제 등 성과 톡톡…보령, 공동전선 눈길
보령은 HK이노엔과 공동프로모션 등 영업 역량을 집중시키면서 ‘1조 클럽’ 입성이 가장 유력하다. 증권업계 실적 추정치는 2024년 매출액 1조 374억원·영업이익 7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7602억원, 영업이익 560억원이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20.1% 4.5% 늘었다.
자체 개발한 고혈압 신약 ‘카나브(피마사르탄)’와 일라이릴리에서 국내 판권을 인수했던 ‘알림타(페메트렉시드이나트륨칠수화물)’ 등 항암제들이 고성장했다.
3분기 누적 기준 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카나브패밀리’ 매출액은 직전 연도 대비 7% 늘었으며 판권을 인수한 항암제 젬자, 알림타도 각각 12%, 262% 증가했다.
특히 보령과 HK이노엔의 케이캡 공동판매 전략도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케이캡이 포함된 'Specialty Care' 품목군 매출액이 지난해 809억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83% 급증했다.
보령은 공동판매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향후에도 이 같은 전략을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4월 비보존제약과 '어나프리주' 국내 상업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보령이 자체 개발한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경우 제네릭 품목허가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으로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