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손보험 개혁안 제시…의사‧환자 반발
비중증 질환 보장 제한·중증 질환 보상 제고 '5세대 실손보험' 공개
2025.01.11 06:27 댓글쓰기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이 9일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개혁 일환으로 5세대 실손보험 도입안을 발표했다. 비중증 보장을 제한하고 중증 보상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5세대 실손보험, 비중증 자기부담률 상승…중증 보상 유지


정부는 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에서 논의된 실손의료보험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고영호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실손보험 개혁 지향점에 대해 "보편적 의료비와 중증 환자 중심의 적정 보상을 통해 의료개혁을 지원하고 사적 안전망으로서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방식은 중증과 비중증을 구별해 보상 내용을 차등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기존 실손보험을 이 같은 방향으로 개선, 보완한 5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할 방침이다.


우선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대해 4세대 실손보험은 일반질환자와 중증질환자 모두 자기부담률을 20%로 설정했지만, 5세대 실손보험은 일반질환자의 경우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령 일반질환자는 외래 진료시 건보 본인부담률이 30~60%였다. 기존에는 여기에 실손 평균 자기부담률 20%를 적용해 환자가 최종적으로 6~12%만 부담했다.


반면 5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실손 자기부담률이 건보 본인부담률과 같은 30~60%가 적용되면서 환자는 최종적으로 9~36%를 내야 해서 대폭 인상된다.


다만 암, 뇌혈관·심장질환, 희귀성난치성질환, 중증화상·외상 등 중증질환자는 4세대 실손보험과 마찬가지로 20% 자기부담률이 적용돼 최종 본인부담은 현재와 같다.


또 5세대 실손보험에서는 보장 대상이 아닌 임신‧출산 급여 의료비를 보장받게 된다.


고 과장은 "그동안 임신‧출산은 보험 영역이 아니었다"면서 "다만 최근 임신‧출산을 하나로 명확히 규정하는 유권해석이 있었고, 그 부분을 실손보험에도 반영해 급여에 대해서는 신규 보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급여 진료를 보장하는 특약은 중증 질병·상해 비급여를 보장하는 '특약1'과 비중증 비급여를 보장하는 '특약2'로 나누고 보상 한도 및 자기부담, 출시 시기 등을 차등화한다.


이를 통해 중증 비급여는 현행 보장을 유지하는 반면, 비중증 비급여는 보장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고 자기부담률을 30%에서 50%를 높이는 등 보장 합리화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또 비중증 비급여에 대한 특약2는 비급여 관리 장치 효과를 평가, 내년 6월께 출시를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보험급 지급 분쟁이 빈번한 10개 비급여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 기준을 신설한다.


1‧2세대 가입자 1500만명 대상 계약 재매입해 5세대로 전환


정부는 이번 실손보험 개혁 관건은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신규계약 전환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1‧2세대 총 1582만건의 계약자들은 약관 변경 조항이 없기 때문에 기존 약관이 100세까지 적용된다.


고 과장은 "실손보험 개편 방안을 만들더라도 이들에 적용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며 "이들이 개혁의 예외가 될 경우 실손보험의 근본적인 개선이 불가한 게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1‧2세대 계약자들에 대해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 방안을 제시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보험사가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기준에 따라 보상하고 계약을 해지하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명 강화, 숙려기간 부여, 철회권‧취소권 보장 및 현행 실손으로의 무심사 전환 등 보완 장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만일 계약 재매입만으로 신규 실손보험 전환에 한계가 있을 경우 법 개정을 통해 가입자 이익침해를 최소화하고 초기 실손에도 약관변경 조항 적용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손해 우려에도 사회적 책무 위해 개혁 동참"


실손보험 개혁방안에 대해 보험업계는 환영한 반면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우려를 표하며 반응이 엇갈렸다.  


권병근 손해보험협회 이사는 "이번 개편으로 실손보험 상품 가치가 하락돼 경쟁력이 약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필수의료 붕괴와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막기 위해 의료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금융‧보건당국 의지에 공감하고 실손보험 상품 개혁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증 질환에 집중한 보장 구조로의 개편은 일견 타당하다"며 "중증 환자에 대한 보장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이 보험이 갖는 사회 안전망 역할까지 위협받게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임신‧출산 보장이 추가된 데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출산 극복은 모두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보험업계도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이런 방향에 동참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함명일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중증질환 보장성을 강화하고 경증 질환 보장을 낮추겠다는 방향은 건강보험 개혁방안과 유사하기 때문에 그 방향성에 동의한다"며 "1세대 상품에 대한 재매입 계획은 매우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의료계‧환자단체 "중증질환 보장 확대 없어 계약 재매입 실효성 낮을 것"


반면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손해율이 상당히 높다고 죽는 소리를 하지만 단기순이익을 보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그래서 보험사는 실손보험 요율 한도를 완화해달라고 주장하지만 저희는 강력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이 확대된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일부 비급여 항목에서 보장 금액을 축소하거나 종별 본인부담률을 동일하게 해서 축소한 부분이 있으면 그만큼 입원과 통원 연간 및 회당 한도를 크게 올려야 한다. 그런 것들이 없어 가입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2세대 가입자들은 보험료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을 써도 보장이 축소된 현재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인석 로체스터병원장도 "계약 재매입 방안이 나왔지만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오남용되는 진료비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번 개혁은 높은 유토피아를 설정해 그림만 그리고 결국 가지 못하는 길이 되는 모습"이라며 "문제를 집중해서 관리하고 점차적으로 관리 범위를 넓혀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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