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숙취해소제 관련 규제가 한층 강화된다. 이번 규제가 진입장벽으로 작용, 숙취해소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제약사들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주요 정책 추진 계획을 통해 "식의약 안전관리를 위해 이달부터 '숙취해소 실증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숙취해소 표시·광고를 하는 제품 보유 업체는 인체적용시험 등을 통한 실증자료를 갖춰야 하며, 한국식품산업협회의 표시·광고 자율심의를 받아야 한다.
숙취해소제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기에 그동안 업체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숙취해소 효과를 내세우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만 '숙취 해소' 표현을 쓸 수 있다.
만약 인체적용시험 실증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표시·광고를 계속하거나 심의를 받지 않는 경우 영업정지 및 품목제조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이 제도 시행 전부터 유통하던 제품은 실증자료를 갖춘 경우 자율심의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식약처는 오는 6월 30일까지 계도 기간을 운영키로 했다.
이 같은 숙취해소제 관련 규제 강화로 시장이 대기업 제품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체적용시험 자료 등을 갖추는데 노하우와 추가 비용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년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은 3500억원 규모였고,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리딩 품목은 HK이노엔 '컨디션'을 비롯해 동아제약 '모닝케어', 종근당 '깨노니', 한독 '레디큐' 등이 인기다.
이들 제약사들은 지난 1~2년간 숙취 해소제에 든 주요 성분의 인체적용시험을 실시했다. HK이노엔은 자체 인체적용시험 진행했고, 현재 제품별로 심의를 완료했거나 대기 중이다.
종근당도 지난해 출시한 '깨노니 땡큐샷'의 숙취해소 효능을 입증했으며, 동아제약 역시 '모닝케어 프레스온'에 함유된 성분인 쌀눈대두발효추출물의 인체 적용 시험 심사를 마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 식품임에도 광고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인체적용시험도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성분을 포함한 완제품으로 시험을 완료하고, 광고 심의를 마쳤다"면서 "의약품 개발 및 광고 심의와 비슷해 크게 어려움은 없었지만 번거로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숙취해소제 광고 심의가 많이 까다롭다. 일반적인 문구나 표현도 부적절하다며 수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의약품이나 건기식도 아닌데 지나치게 엄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인체적용시험으로 숙취해소제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찮았다"면서 "식품 성분이다보니 들인 비용에 비해 드라마틱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어 "중소업체들이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료가 없으면 포장재와 디자인 패키지, 광고, SNS 콘텐츠 등을 모두 교체해야 하다보니 더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의사
양보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