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인공지능 기술력 충분, 관건은 규제"
조태호 美 인디애나 의과대학 교수 "정부 전향적 지원 필요" 강조
2025.02.06 11:48 댓글쓰기

산업군 전반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업 전환 패러다임 변화가 일고 있다. AI가 의사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노벨상까지 석권하면서 관심이 식을줄 모른다. 여기에 챗GPT를 중심으로 수익화 모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암(癌) 진단과 치료에 있어 AI가 핵심 가치로 부상 중이다. 국내외 다수 의료기기 업체에서는 AI 기반 암진단 기술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다만 상용화 단계가 아닌 연구 단계로 해결 과제는 아직 산더미다. 성공한다면 대박이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적잖다. [편집자주]


정부가 최근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중심으로 전 주기 혁신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AI를 활용한 보건의료·신약개발 등 투자를 예고했다. 가이드라인 마련, 데이터 확보 등 계획이 포함됐다.


특히 트럼프 2기 출범 상황에서 국내 의료 AI 업체들은 한국 투자 상황은 물론 미국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최대 시장으로, AI 관련 기업들은 수익 창출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인디애나 의과대학 영상의학과 조태호 교수[사진]는 최근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의료 AI 기술이 미국 등 주요국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수준이 낮지 않다고 봤다.


다만, 규제로 인해 차이가 벌어질 여지는 있다고 진단했다.


의료 AI 대표 분야는 '진단·예측·생체 모니터링'


조태호 교수는 “의료 분야는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대표적인 영역”이라며 “건강정보, 의료영상, 멀티 오믹스, 유전체 등 데이터가 쌓이면서 진단, 예측 등 분야에 AI 도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단백질과 약물 간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모델 및 RNA 구조 예측모델, 원하는 기능을 가진 단백질을 설계하는 모델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신약 개발 과정을 크게 단축시킨다”고 덧붙였다.


최근 AI는 노벨상(물리학·화학)을 석권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항암제 등 '신약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AI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예측하고 있다.


또 의료 AI 중 가장 성공적인 적용 사례는 진료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시스템들이다. 의료 영상 분석, 생체 신호 모니터링, 전자 건강 기록(EHR) 활용 분야에서 주목할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그는 “듀크대는 AI 기반 패혈증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환자 생체 신호와 검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증상이 나타나기 36시간 전에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패혈증 관련 사망률이 31% 감소했다. 또한 구글 헬스와 베릴리가 개발한 당뇨병성 망막병증 진단 AI는 안과 전문의 수준의 정확도로 질환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는 의료데이터 디지털화로 AI가 분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덕분”이라며 “AI가 의료현장에서 실제 결과를 보여줘 초기 우려와 저항이 상당히 해소됐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국 기술력 훌륭, 규제로 인해 상용화 속도는 차이”


조태호 교수는 “한국 의료 AI 기술은 해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지만 상용화 속도에선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현장에 도입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신중한 검증 절차와 의료기기 인증, 보험 수가 책정 등 복잡한 규제 요건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해외의 경우 AI 기술 설계 약물을 통한 임상 진입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의료 AI 성공은 기술로만 평가하기 쉽지 않고 파트너, 자금력 등 변수도 존재한다고 봤다.


떄문에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고, 학계 역시 AI 기술 효율성을 검증하고 공유하는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수는 특히 “한국 의료 AI 기술이 경쟁력이 있는 만큼 연구와 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으로 규제를 설정하고 이를 제도화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의료 AI 기술은 기초 연구와 상용화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치매처럼 상업성이 부족한 영역은 정부 주도 지원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이런 지원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장점은 건강보험 제도”라며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돼 의료 AI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 지원과 연구기관들의 협력이 강화된다면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 보조역할 탁월···데이터 신뢰성·시스템 투명성 중요


시장에서 줄곧 제기되는 우려점도 아직 완벽히 해소된 상황은 아니다. 할루시네이션(AI 환각 오류), 의사인력 대체 문제, 책임소재 불분명성 등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는 “할루시네이션은 AI 진단 오류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라며 “뇌 MRI 영상에서 해마 위축이 알츠하이머병 징후인지 아니면 단순 고령화인지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의사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처음부터 있었다”면서 “실제 임상에선 보조 도구로서 의료 질을 향상시키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게 입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를 의료현장에서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신뢰성 및 AI 시스템 투명성 등 두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AI가 어떤 근거로 특정 결론에 도달했는지 그 과정을 의료진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투명성은 의료진이 AI 시스템을 신뢰하고 활용하는 데 필수 요소”라고 전했다.


이어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엄격한 검증이 필요한 것처럼, 의료 AI도 마찬가지다. 1% 오진이 환자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례를 모아 검증하고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AI는 의료를 더욱 정교하고 빠르게 발전시킬 강력한 도구”라며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 의료계와 AI 전문가들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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