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조차 절반도 되지 않는 48%만 24시간 응급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대한의학회는 '필수의료 정책연구 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8~11월 전공의 수련병원들 필수의료 현황을 파악한 결과를 2일 공개했다.
전공의 지원 급감과 의료인력 유입 단절 위기 가장 심각한 진료과는 '소아청소년'
정책연구 결과, 전공의 지원 급감과 의료인력 유입 단절 위기가 가장 심각한 진료과는 소아청소년과였다. 현재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전공의가 병동과 중환자실 진료에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교수와 지도전문의의 당직에 의존하며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응급·신장·중환자 진료 전문의 인력 충원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며, 수련병원의 소아 중환자 진료 능력도 30% 감소했다. 소아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전체 40%에 불과하며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만성적인 저수가를 정상화하고 연령 가산 범위를 확대하며 가산율을 최소 2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가산을 초진에서 재진까지 확대하고 정부 재정 지원 및 필수의료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부인과 의료진 부족…고위험 임산부 위기
산부인과 역시 의료진 부족과 분만 기피 현상으로 분만 인프라가 크게 취약해졌다.
전국 250개 지자체 중 63곳에는 분만 병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분만 의료기관도 65% 감소했다. 전국 산과(모체태아의학) 전문 교수는 총 129명에 불과하고, 대학병원에 산과 전문 교수가 아예 없거나 1명뿐인 곳이 30%를 넘어섰다.
69개 수련병원 중 63%는 산과 교수 12명이 24시간 고위험 임산부와 태아 진료 및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교수진 근무 환경도 열악해 수련병원 교수 중 72%는 사직을 고려한 적이 있었으며, 한 달 평균 610일의 당직을 서는 경우가 62%에 달했다.
산부인과학회는 "분만 수가의 대폭 개선과 포괄수가제 변경, 의료소송 국가책임제, 산과 의료진 충원 국가지원, 지역별·권역별 당직근무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과 진료량 1/4 감소···소아외과, 수련병원 50% 넘게 수술 불가
외과도 인력 부족으로 중환자 진료량이 수도권에서는 26%, 비수도권에서는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련병원 77%만 장기이식이 가능하며 가장 큰 원인은 수술에 참여할 의사 부족이었다.
특히 소아외과 수술의 경우 전체 수련병원 50%에서 불가능하다고 응답했으며, 수도권 수련병원 중에서는 절반 이상(53.5%)이 소아 수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과학회는 "수술 난이도 및 장시간 수술에 대한 가산 지원, 수술 및 입원 대기시간을 충분히 반영한 보상 체계 개선, 비급여 항목과 고비용 장비에 대한 보상 체계 마련, 지도전문의 교육지도 수당 및 인건비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내과 전공의 대거 이탈…진료 체계 재정비 필요
내과 역시 전공의들 대거 이탈로 인해 교수와 지도전문의들이 입원 환자를 전담하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수련 중인 내과 전공의는 총 129명에 불과하며, 상반기 확보된 전공의의 약 6.5%만이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내과 교수 및 지도전문의들은 한 달 평균 3~6회 당직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비수도권 대학병원의 경우 당직 부담이 훨씬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과학회는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 이탈로 인한 진료 위기가 심각하다"며 "입원환자 전담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로의 전환과 전문의 가산 제도 도입을 통해 의료인력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학회 역시 필수의료 회생을 위한 지원책을 촉구했다.
대한의학회는 "근거 없는 의사 증원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대책은 필수의료 붕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며 "정부는 즉각적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필수의료 회생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