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시아노사이드 성분을 포함한 약제를 건강보험 급여에서 제외한 조치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1-3행정부(재판장 김우수)는 지난해 12월 18일 국내 제약사들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일부개정 고시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2021년 11월 29일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를 개정하면서 안토시아노사이드 성분을 포함한 약제들을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며 촉발됐다.
안토시아노사이드 성분은 당뇨망막병증 및 눈 혈관장애 개선 용도로 국내에서 사용됐으며, 기존 국민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적정성 재평가 결과,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급여 목록에서 제외됐다.
이에 반발한 제약사들은 "재평가 절차가 부당하게 진행됐으며, 임상적 유용성 판단 기준이 과도하게 제한적이었다"며 보건복지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SCI‧SCIE 등재 학술지에 게재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RCT)' 논문만을 임상적 근거로 인정한 점을 문제 삼으며, 해당 약제가 여전히 치료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복지부가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면서 SCI·SCIE 등재 학술지의 무작위배정 임상시험만을 근거자료로 인정한 점이 문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해당 성분과 관련된 연구가 대부분 비무작위 연구(non-RCT)로 진행돼 기존 연구 자료들이 사실상 배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고 보건복지부의 급여 제외 조치가 적법하며, 절차상 하자나 재량권 남용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보건복지부가 해당 약제의 급여 적정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절차를 거쳤으며, 제약사들에게 의견 제출 기회를 제공했다고 봤다.
제약사들은 자료 제출 기간(15일)이 너무 짧아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기존 연구 문헌을 검토하는 것이므로 충분한 시간이 제공됐다고 판시했다. 또 보건복지부가 평가 근거와 기준을 사전에 공개했으며, 평가 과정도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안토시아노사이드 성분의 임상적 유용성도 해당 약제가 치료 효과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으며, 보건복지부 평가 기준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했다고 봤다.
법원은 보건복지부가 SCI·SCIE 등재 학술지에 발표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을 근거로 삼은 데 대해 과학적 신뢰도가 높은 근거를 적용한 것은 정당한 정책이라며, 해당 성분에 대한 기존 연구들이 적절한 대조군 없이 진행된 단일군 연구라 이를 근거로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제약사들은 "보건복지부가 급여 제외 대신 유예기간 부여나 약가 인하 등 덜 침해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할 때 급여 제외 결정은 불가피한 조치이며, 이는 비례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