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한 산모의 유족이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의료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최형철)는 지난달 9일 A씨 유족들이 B병원과 C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22년 3월 2일 오후 1시 39분 B병원에서 유도분만을 통해 자녀를 출산했다. 그러나 분만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했고, 의료진은 자궁 압박 마사지와 옥시토신, 카베토신, 에르빈 등 자궁수축 보조제를 투여하며 지혈을 시도했다.
초기 조치 후 A씨 혈압과 맥박이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듯했으나, 약 1시간 후 출혈이 재발해 상태가 악화되자 응급 이송을 결정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3시 27분경 C병원 응급실로 전원돼 이후 진행된 수술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오후 8시 56분 사망이 선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을 양수색전증으로 추정했다. 양수색전증은 분만 중 양수 속 태아 조직이 산모의 혈류로 유입되면서 갑작스러운 면역 반응과 심폐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급성 산후출혈을 동반하며 사망률이 61~86%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유족들은 B병원과 C병원의 의료진이 분만 과정에서 자궁동맥을 파열시켜 과다출혈을 유발했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으며, 마취 과정에서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족들 청구를 기각했다.
우선 유족들은 B병원 의료진이 분만 과정에서 부주의하게 처치해 자궁동맥이 파열됐으며 이로 인해 과다출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자궁동맥 파열은 의료진 조치와 무관한 체질적 요인이나 다른 불명확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또 출혈 발생 후 의료진이 시행한 자궁 압박 마사지, 자궁수축보조제 투여, 거즈 패킹 등 지혈 조치는 통상적인 의료 절차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검 결과 양수색전증이 주요 사인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까지 양수색전증에 대한 유효한 치료방법이 밝혀져 있지 않아 그 증세가 발현된 경우 응급조치와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그 예후를 좋게 하기 어렵다"며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A씨가 응급 이송 후 C병원 의료진이 출혈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병원 의료진이 실시한 혈관 색전술과 자궁적출술은 과다출혈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치료이며, 특별히 부적절한 의료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료 감정 결과를 따랐다.
C병원 마취과 의료진이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했다는 데 대해서도 재판부는 "프로포폴 양은 일반적인 마취 용량을 초과하지 않았고 심정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A씨는 이미 양수색전증과 과다출혈로 인해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기 때문에 프로포폴이 결정적인 사망 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