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의대 2000명 증원 사태 재발을 방지코자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책 기획 및 집행 전반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하면서 의료 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들은 2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7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료 정상화를 위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협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의료현장의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정책 기획 및 집행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향후 유사 사태 재발을 방지코자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그릇된 의료정책에서 벗어나 올바른 의료정책으로 다시 되돌려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1년이 지나도록 학생과 전공의들이 고통받고 있는 사실을 부인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더 이상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호도하지 마라. 이제는 원상복구만이 해답"이라며 "의협은 그동안 상실감에 빠진 젊은 회원과 의대생 치유에 온 힘을 쏟아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공의대 설립 등 대선을 앞두고 제시되는 대선 공약에 대한 대응 방안도 촉구했다.
김택우 회장은 이와 관련 "대선 기간 제시되는 보건의료 공약들이 또 다른 의료 개악으로 이어지지 않게 정책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대응 방안을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안들에 대해서도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부연했다.
의대생 법률지원 두고 옥신각신…"의대생 방패막이 쓰지말라"
의협 감사단의 의대생 법률 자문 및 소송 지원 권고를 두고 "의협 집행부가 의대생을 방패막이로 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순철 대의원(고대 의대 교수)은 "의대생은 의협 회원도, 의사도 아니고 대학과 고용자와 피고용자 관계도 아니다"라며 "의대생 법률 지원을 다시 한번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의대생이 이제 복귀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의협이 투쟁에서 의대생을 계속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간 의협은 의대생이 '의협 회원이 아니다, 성인이다, 그러니 의사결정은 본인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해 왔다"며 "교육 시스템 그 자체와 의대생에 대한 의협 입장을 명확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택우 회장은 의협이 의대생을 '방패막이'로 사용한다는 비판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의대생에게 필요한 지원은 지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의대생이 의협 '방패막이'라는 표현은 과하다"며 "의협은 결코 의대생과 전공의를 방패막이로 해서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한 적 없다. 그런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생 법적 지원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의대생은 의협 미래회원이며 이번 사태에서 의협과 공통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의협은 의대생은 물론 회원이 아니더라도 정책 방향성이 같은 이들에게 필요하면 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왔다"며 "의대생이 회원이 아니기에 개인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날 의대생에게 의협 준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이들은 명예회원과 동일하게 회비 납부 의무가 없는 대신 투표권과 선거권을 가질 수 없다. 다만, 의협 자체적 지원은 가능하다.
특별회비 5만원 인상…"전공의 지원 활용 예정"
이날 전공의 지원을 위해 사용할 의협 특별회비 5만원 인상도 결정됐다. 찬반 의견이 오갔지만 결과는 찬성 135표, 반대 21표, 기권 2표로 결정됐다.
찬성 측은 "약사회가 장학금, 불우이웃돕기 등을 통해 국회의원, 의회, 경찰서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우리도 지역회비 확대로 정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별회비 사용 용처가 전공의 지원 및 회원 지원 대책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외에 공공의대 설립 저지 등에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반대 측은 "회비 증액에 대한 명분과 당위성이 부족하다"며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10억원까지 증가된 회비에 효율적인 사업 계획 보고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납부율 상승에 대한 방안과 미가입, 미납 회원에 대한 대책 부족, 기존 회비 사용에 낭비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회원의 추가 부담에 대한 집행부의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의견 대립이 이어진 가운데 박명하 상근부회장은 "집행부 구성 초기부터 회비 인상안을 꺼낸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또 고통받는 전공의와 회원에 대한 공감이 있었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