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탕부담금을 통한 세수 확보가 아닌 가당 음료에 대한 부담금 확대로 국민건강 증진,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에 집중하고 지역·필수의료 재원은 담배세 인상으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박은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5일 대한예방의학회 설탕 부담금 도입 관련 정택 토론회에서 "설탕부담금 도입에는 120% 찬성하지만, 가당 음료에 대한 부담금 확대에 한정하고 이를 지역 공공의료 재원으로 쓰겠다는 정부 구상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역의료 재원, 설탕부담금 아닌 담배세 인상으로 풀어야"
박 교수는 설탕부담금으로 확보된 재원을 정부가 언급한 '지역 필수의료 강화'나 건강보험 재정 적자 보전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설탕 전반에 부담금을 책정보다는 가당 음료에 대한 부담금 도입으로 산업계의 자발적인 당 함량 저감을 유도하고 국민건강 증진을 핵심으로 염두해야 한다는 견해다.
그는 "설탕부담금의 궁극적인 목표는 부담금 수입을 '0원'으로 만드는 것, 즉 국민이 가당 음료를 마시지 않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걷힌 돈은 원인 제공자인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 R&D 및 체육시설 확충, 그리고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건강식품 바우처 제공 등에 전액 재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책으로는 '담배값 인상'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한국 담뱃값은 OECD 평균의 30% 수준에 불과하고, 1갑당 4만원인 호주에 비하면 턱없이 싸다"며 "담배 부담금을 50%(약 400원)만 인상해도 1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 필수의료 기금은 이렇게 마련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도 부합한다"고 제언했다.
"액상형 당류 흡수 빨라 건강 치명적"
이날 박 교수는 단순한 '설탕세(Tax)'가 아닌 목적이 분명한 '설탕부담금(Levy)'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걷어서 마음대로 쓰는 것이 세금이라면, 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기금처럼 꼭 필요한 사용 목적에 맞게 써야 하는 돈"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액상 가당 음료에 대한 부담금을 주장한 만큼 과일 등에 포함된 자연당이나 고체 형태 당류보다 음료에 포함된 '유리당(Free Sugar)'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액체 상태의 당은 섭취 즉시 흡수돼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고 대사 질환을 유발한다"며 "우리가 막아야 할 것은 모든 당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첨가된 액상 당류"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가당 음료 섭취 실태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박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10대 남학생의 비만율은 이미 OECD 평균에 육박하고 있다.
그는 "청소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75%에 달하고 고혈압, 당뇨 등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우울증 등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가격 정책을 통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영국식 3단계 차등부과 모델 적합…세수 2000억 예상"
박 교수는 구체적인 실행 모델로 영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영국은 음료 100ml당 당 함량에 따라 ▲5g 미만(비과세) ▲5~8g(저율 과세) ▲8g 이상(고율 과세)으로 나눠 세금을 부과한다.
그는 "한국도 이와 유사하게 5g 미만은 면세, 5~8g 구간은 약 225원, 8g 이상은 300원 정도를 부과하는 3단계 구조가 합리적"이라며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당 함량을 5g 이하로 낮춘 제품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예상되는 세수는 약 2000억원 수준이다. 박 교수는 "일각에서는 1조원 이상의 세수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제도가 정착되면 소비 감소와 기업의 제품 성분 변경으로 인해 실제 세수는 GDP의 0.01% 수준인 2000억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소비가 늘고 있는 '대체 감미료(인공 감미료)'에 대한 과세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 교수는 "WHO 역시 대체 감미료의 장기적 위험성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며 "당장 세금을 매기기보다 추이를 지켜보거나, 부과하더라도 천연 감미료는 제외하고 인공 감미료에 한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설탕부담금 도입→"지역 공공의료 투입 현실성 낮아"
지역의료에 종사 중인 이경수 영남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설탕부담금 도입과 관련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치적 멘트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경수 교수는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발언에 대해 “설탕부담금으로 확보한 재원을 지역 공공의료 강화에 쓰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생뚱맞은 연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청소년 비만 정책이 국정 과제에 포함돼 있지만, 정작 관련 예산은 한 푼도 없는 실정”이라며 “예산이 전무한 상황에서 비만과 직결되는 재원 확보 방안을 뜬금없이 지역의료 강화와 연결한 것은 논란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재원의 사용처와 정책 효과 평가 방안을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재원 용처를 명확히 하고, 정책 도입 시 효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구체화해야 불필요한 논란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며 “공급 감소 효과는 제도가 잘 진행될 경우 따라오는 핵심적인 효과(Core effect)”라면서도 “광범위한 건강 증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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