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보다 보험사 논리 더 두렵다”는 암환자
국회토론회서 제기…“실손보험, 중증환자 치료 ‘안전망’ 역할 의문” 제기
2026.03.25 11:38 댓글쓰기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증질환자들이 실손보험 관련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저를 지켜줄 마지막 보루라고 믿었습니다. 적어도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암보다 보험사 논리가 더 두렵습니다.”


6년째 암 치료를 이어오고 있는 김태동 씨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실손보험 제도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실손보험 보장 기준 문제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이날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실손보험이 치료 과정에서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김태동 씨는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전이와 재발이 이어졌으며 현재도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직접 치료’ 여부를 기준으로 일부 치료비 지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치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환자를 보지도 않은 보험사 쪽에서 치료 종결을 선언하는 게 맞느냐”고 말했다.


이어 “눈에 보이는 종양을 제거했다고 치료가 끝났다고 볼 수 없다”며 “전이와 재발을 반복하는 환자에게 치료의 끝이 어디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관대로만이라도 적용되게 해 달라”며 보험사의 자의적 기준 적용을 문제로 지적했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환자 사례도 이어졌다. 유방암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 이후 호르몬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김지연 씨는 요양병원 입원 치료를 병행하고 있지만, 보험사가 직접적인 항암·방사선 치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입원 보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지연 씨는 “같은 치료 목적임에도 통원만 되고 입원은 안 된다는 기준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치료 이후 관리도 중요한 치료 과정인데 직접 치료가 아니라는 판단이 타당한지 환자 입장에서 매우 혼란스럽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약관 밖 기준 적용, 보험사 해석이 지급 여부 좌우”


이날 발제를 맡은 최태영 변호사는 “가입자 4000만명을 넘긴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비급여와 본인부담금을 보완하는 사적 안전망으로 설계됐다”며 “중증질환자에게 절실한 영역임에도 분쟁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는 약관을 축소 해석하거나 약관에 없는 기준을 적용해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환자들은 치료비 부담뿐 아니라 소송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실손보험 약관에는 ‘질병으로 입원해 치료받은 경우’로 규정돼 있지만 보험사는 ‘직접 치료 목적’이나 ‘입원 필요성’ 같은 요건을 추가하고 있다”며 “보험사 해석이 실제 지급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보험사 중심 의료자문은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약관에 없는 조건을 근거로 지급을 제한하는 관행을 차단하고, 치료 필요성은 주치의 판단을 우선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립적인 의료자문기구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고, 소송 이전에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손보험 지급 기준·비급여 관리 두고 해석 엇갈려

(왼쪽부터)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유창훈 서울의료원 공공보건정책실장, 이형걸 손해보험협회 부장.

이어진 토론에서도 실손보험 기준이 의료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현재 실손보험 문제는 제도 필요성보다 운영 과정에서의 불균형과 해석 권한 편중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보험자의 자의적 판단이 의료적 판단을 대체하는 구조가 지속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제도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고 의료 전문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창훈 서울의료원 공공보건정책실장도 “중증 질환은 진단도 어렵고 치료도 어려우며, 치료 과정이 길고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며 “전문가들조차 판단이 어려운 영역을 비전문가가 일괄적으로 치료가 아니다라고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접 치료’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의학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며 “재활치료나 통증 관리 등도 모두 치료에 포함되는 영역”이라고 했다.


아울러 “실손보험은 단기적이고 명확한 치료를 전제로 설계된 상품”이라며 “치료 기간이 길고 반복적 치료가 이뤄지는 중증 질환에는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지급 수준과 제도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형걸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 부장은 “2025년 기준 손보 7개사에서 암 환자 실손보험 지급 건수는 약 263만건, 지급 보험금은 약 1조3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암 입원 치료는 지급률이 96% 수준이고, 전체 지급 비율도 98%를 넘는다”며 “실손보험이 치료 과정에서 마지막 재정적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다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과잉 비급여 진료나 보험 사기가 조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지급 기준을 무조건 완화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의학적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고가 비급여 치료가 암 치료 명목으로 권유되거나, 불필요한 비급여 입원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런 부분을 걸러내기 위해 제3 의료기관 자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증 질환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 주도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독립적인 의료 자문기구를 신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제도 간 연계 필요성과 관리급여 제도 취지를 설명했다. 성지은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사무관은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보완하는 구조인 만큼 두 제도 간 연계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는 의료기관별 가격 편차가 크고 진료 기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아 환자 부담과 정보 비대칭을 키워왔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관리급여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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