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창출 ‘의사과학자’…지원 확대 주목
창업 성공·의대 증원 맞물려 ‘관심’ 고조…政 “글로벌 바이오헬스 강국 도약”
2026.04.03 16:48 댓글쓰기



순수 국내 기술로 7500억원 기술이전 신화를 쓴 이정호 소바젠 대표는 의사이면서 과학자인 ‘의사과학자’다. 의사면허자이면서 과학자 길을 택한 그는 지난 2018년 바이오 스타트업 ‘소바젠’을 창업했다.


소바젠 뇌전증(간질) 치료제 후보물질은 지난해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 파마가 기술이전을 요청했다. 이후 약 5억5000만달러(약 7500억원) 규모로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암줄기세포연구센터장으로 근무한 에임드바이오 최대주주인 남도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조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에임드바이오를 창업, 항체와 약물 접합체를 기반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회사를 상장시키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 ▲마크로젠(서정선 회장, 분당서울대병원) ▲지니너스(박웅양 대표, 삼성서울병원) ▲온코크로스(김이랑 공동대표, 서울아산병원) ▲파인메딕스(전성우 대표, 칠곡경북대병원)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이돈행 대표, 인하대병원) ▲엔젤로보틱스(나동욱 최고기술책임자, 세브란스병원) 등도 의사가 설립한 업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아이디어에 병원 기술사업화 경향이 더해지면서 최근 규모와 성과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의사 창업은 최고 전문성을 갖춘 의료서비스 공급자로서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체감하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치료법, 새로운 아이디어로 의료서비스 혁신과 바이오헬스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 창업기업 263개 중 코스닥 상장사 17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의사 창업 현황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언급된 263개 기업은 모두 미충족 의료수요 해결 또는 기술사업화를 목적으로 의사면허(MD) 소지자 또는 의사과학자(MD-Ph.D)가 설립했다.


기업 현황별로는 업력 10년 이하가 가장 많고 주로 수도권에 위치했으며, 평균 종사자 수는 28명, 매출은 평균 72억원 수준이다. 


자본시장에 진입한 코스닥 상장사도 17개가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기존에 없던 신약, 치료법, 진단 기술을 개발해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창업 형태별로는 전체의 20%가 공동 창업 구조로 설립 및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는 여러 분야의 융합이 필수적인 바이오헬스 분야의 기술 창업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 경영 역시 전문 영역이라는 점에서 경영 전문가 및 의약·의료기기·공학 등 타 분야 전문가와의 협력도 활발하다.


업종 분포를 보면 전체 의사 창업 기업 절반 가량은 연구개발업 중 의학·약학 연구개발업에 집중됐다. 약 30% 가량은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과 의료기기 제조업에 속했다.


하지만 지식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장기간 연구개발과 대규모 자본 투입이 요구되는 업종 특성상 단기 매출과 수익 창출이 어려워 재무적 취약성을 안고 있었다. 


실제 이번 보고서 분석 대상 기업의 절반 이상이 신용등급 C등급 이하로 나타나 재무 안정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구팀은 해당 분석이 창업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2025년 기준 재무와 투자 정보가 확보된 기업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전체 실태를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했다고 단서를 달았다.


삼성서울병원·연세의료원·서울대병원 등 성과

 

삼성서울병원, 연세대학교의료원, 서울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의료원 등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등장하며 병원 연구성과의 사업화 사례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2013년 시작된 연구중심병원 사업과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TIPS)이 병원 내 기술사업화와 창업을 지원하는 계기가 됐다. 병원들은 창업 실패를 최소화하고 시장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을 병원 차원에서 모색하고 있다.


의사 창업은 주로 연구중심병원이나 연구개발 성과를 기반으로 추진되며, 기술사업화 전담 조직, 대학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 등의 지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창업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수준 제고에 중점을 둬 창업 아이템을 엄격히 심의하고 재단의 초기 투자 지원과 상장 후 회수 및 재투자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그 결과 창업기업 15개 중 3개가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연세대의료원은 바이오헬스 특화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경영 전문인력과 투자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서울대병원과 고려대의료원은 해외 혁신 창업 교육 프로그램인 SPARK을 벤치마킹해 창업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정책연구센터는 이러한 개별 단위 병원 지원과는 별개로 병원 기반 의사 창업에 대해 예산·조직·인력·제도·사업 등을 아우르는 의사 창업 특화 상태계 조성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의사 창업 활성화를 위해 ▲인건비 지원과 전문경영인 활용 등 인력 지원 ▲국내외 창업 교육 프로그램 확대 ▲의료 특화 사업화 네트워크 구축 ▲의사 창업 특화 연구개발(R&D) 과제 도입 ▲신기술 임상시험 및 시장 진입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국가 R&D 연구비 인건비 ‘바이아웃(Buy-out)’ 제도 도입 ▲경영 전문인력 활용 및 채용 지원 ▲창업 교육 프로그램 확대 ▲의사 창업 특화 R&D 사업 기획 ▲이해상충 규제와 B2C 시장 진입 완화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성공적인 의사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의사 창업 특수성과 현황을 고려한 정책 지원을 포함한 종합 전략을 마련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협력적 논의를 통해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면허 과학자·MD-PhD ‘관심 Up’


의사들의 성공적인 창업 사례가 이어지는데다 의과대학 증원 정책과 맞물리면서 의사면허를 가진 과학자인 의사과학자(MD-PhD)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의료 학문 지식과 환자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 바이오 혁신, 감염병 대응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한다. 


병원 진료를 주로 하는 임상의와 달리 학부 때부터 기초 연구에 참여하는 등 별도 교육 과정을 거친다. 국내에선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을 운영하는 일부 대학 중심으로 육성된다.


우리나라엔 의사과학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 의대는 한해 졸업생 중 3.7%가 의사과학자로 육성되지만, 우리나라는 졸업생 중 1.6%만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는다. 


보건복지부는 안정적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지난 2023년 12월 ‘의사과학자 양성 전략’을 수립하고, 2025년 국정과제에 이를 반영했다. 


이를 통해 바이오헬스 산업 기초·중개연구 중요성 확대, 기초·중개·임상 연구 핵심인력 의사과학자 중요성 인지, 경력이 풍부한 리더연구자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은 2019년부터 계속 추진되고 있으며, 올해 부터는 기존 대학원과 전일제 박사에 각각 지원하는 방식을 대학원 통합 지원으로 개편하여 기관 책임을 강화했다.


학부 과정에서는 의과대학 학생에게 연구 경험과 환경을 제공하고, 대학원에는 석·박사 과정생에게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급한다.


올해 예산은 학부과정 지원에 연 3억2000만원씩 6개 기관 총 19억2000만원, 대학원과정 지원에 평균 연 3억원씩 10개 기관 내외를 선발한다.


학부과정 지원은 10개 내외 기관(의과대학, 이공계대학원 등)에 기관별 성과 및 사업 내용에 따라 매년 차등 지원한다. 기관별 선택 및 사업 내용을 통합하여 기관 책임성 제고 및 의사과학자 진로 희망자 학업 및 연구 수요 맞춤 지원을 강화한다.


대학원과정 지원은 기관 인프라 지원 및 전일제·부분제 학위자 연구활동 지원 비용을 포함하며, 2025년 이전 선발된 전공의·전일제는 계속 지원한다.


政 “올해 1200억 투입…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전주기 지원체계 완성”


정부는 2026년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 전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은 2024년부터 시작됐으며, 배출된 의사과학자가 독립적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력 단계별로 맞춤형 연구를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박사후 연구성장지원의 지원기간을 조정해 신진 3년, 심화 5년으로 최대 8년까지 연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산은 총 1014억원으로, 2024~2025년 대비 대폭 증액됐다.

 

신진 과제는 40개에 연 2억원씩 3년간, 심화 과제는 20개에 연 3억원씩 5년간(3+2년) 지원한다.


글로벌 연수지원은 의사과학자의 융합 연구 활성화를 위해 선도기술 보유 해외연구기관 등 방문 연수 기회를 제공하며, 5개 과제에 연 1억원씩 1년간 지원한다.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K-MediST 지원 사업은 의과대학과 이공계 대학원 간 협력을 통해 의사과학자·의과학자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과 이공계대학원(KAIST, POSTEC 등 특성화대학원 포함)이 대상이다.


공동학위 과정을 통해 의과대학은 주관연구기관, 타 이공계 대학원 또는 이공계 특성화대학원은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하며, 지원기간은 2026년 선정 후 5년간(2026~2030년) 지원한다.


주요 지원 내용은 ▲의사과학자 양성 공동 학위과정 개설 및 운영 ▲공동연구소 설립 및 의사과학자·의과학자 연구 인프라 지원 ▲공동연구 수행 및 사업화 지원이다.


올해 예산은 78억원이며, 26년 3개 과제를 선정해 과제당 연간 총 35억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의사과학자 도약 프로그램은 2026년부터 보건의료 R&D 강화 고려한 필수인력 위기 등 난제해결 및 바이오헬스 유망 분야 성과 창출을 위한 R&D 확대를 목표로 한다.


이 사업은 보건인력 확보, 미정복 질환 극복, 바이오헬스 초격자 기술 확보 등의 보건·안보·경제 측면의 복지 통합 개선, 공동연구소·공동학위·공동연구 등 의과학 분야 인재 양성을 통한 연구생태계 개선을 추진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2026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전주기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를 통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바이오헬스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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