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의사 형사처벌 가늠자 ‘12대 중과실’
부담 완화 의료분쟁법 국회 통과…“오히려 의사들 옥죈다” 거부감
2026.04.26 06:32 댓글쓰기

고위험 필수의료에 대한 의료진 형사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산고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정작 의료현장에서는 기대 보다 우려가 큰 모습이다.


정부는 이번 법안이 의료사고 분쟁 시 필수의료 의사들 사법리스크를 줄여줄 것으로 공언한 반면 당사자인 의사들은 사회적 오해와 불신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의 엇갈린 반응은 지난 24일 열린 대한응급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대한응급의학회 최상천 법제이사(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는 정책 세션 발제나로 나서 바로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해당 법안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필수의료 의사들의 형사책임 부담을 대폭 완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의사들을 옥죄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피해자의 자의적 해석을 통해 사실상 모든 의료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은 형사책임 예외 조항으로 명시된 ‘12대 중과실’이다. 중대과실에 대한 피해자의 자의적 해석을 통해 사실상 모든 의료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법령에는 △설명·동의 절차 위반(1·2호) △진단·처치·감독 소홀(3·4·6·7호) △기구·약제·수혈 관련 안전수칙 위반(5·8~11호) △환자·수술 부위 착오(12호) 등 12개 중과실이 명시됐다.


최상천 법제이사는 12대 중과실이 명시되면서 우선 의료분쟁 입증책임이 환자에서 의사로 전면 전환됐고, 이에 따른 의료진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의료분쟁 발생시 어떻게든 12대 중과실에 결부시켜 소송을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에는 민사로 끝났을 사안도 ‘중과실’이라는 낙인이 찍혀 형사소송으로 갈 수도”


모호한 12대 중과실 잣대를 들이대면 과거에는 민사로 끝났을 사안들조차 ‘중과실’이라는 낙인이 찍혀 형사소송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의사 입장에서는 형사 면책을 기대했다가 오히려 국가기관으로부터 공식적인 ‘중과실 인증’을 받고 기소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할 수 있는 셈이다.


그는 “중과실을 명시한 것은 형식적으로 명확성이 높아진 듯 보이지만 오히려 실질적 판단의 모호성이 커졌다”며 “치료결과에 대한 피해자들의 해석이 난무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12대 중과실 개념을 차용한 이번 개정안은 기계적인 분류에 불과한 만큼 보다 세밀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단순 설명의무 위반까지 중과실에 포함시키는 것은 입법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큰 만큼 하위법령 제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과실은 의사가 반드시 수행했어야 할 기본 평가와 위험 인지, 표준 치료 중 하나 이상이 명백히 누락돼 환자에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 경우로 정의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중과실은 고의에 준하는 수준에서 규정되는 게 바람직 하고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중과실이 아닌 경우 형사책임을 면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20명으로 구성되며, 의료단체 추천 5명, 법조단체 추천 5명, 소비자단체 추천 5명, 공무원 3명, 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 추천 2명이 포함된다.


최 법제이사는 “의료행위에 대한 전문적 판단을 하는 위원회 75%가 비의료인으로 구성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중과실 판단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필수의료 의료진의 의료분쟁 부담 완화를 위해 어렵사리 마련된 첫 제도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쉬운 부분은 향후 하위법령 작업을 통해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책세션 패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이중규 공공보건정책관은 “여기까지 오는데도 수 십년이 걸렸다. 필수의료 의료진의 형사책임 완화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딘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100% 만족한 상태로 출발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겠지만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하위법령 정비 과정에서 보완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고위험 필수의료에 대한 의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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