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권 응급의료 사수 최선, 지속 가능성은 우려”
김영갑 동국대경주병원 응급의학과장 “의사 개인 희생과 병원 노력은 한계”
2026.06.06 06:49 댓글쓰기



김영갑 동국대경주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의정사태 이후 전공의 감소가 장기화되면서 지방 대학병원들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전공의 중심으로 운영되던 수련·진료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구축과 중증진료 역량 강화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시에 지역 거점병원에 요구되는 역할도 커지고 있다. 단순히 응급환자 수용을 넘어 중증환자 최종 치료와 입원 후 관리까지 책임지는 완결형 진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응급실과 병동, 중환자실을 아우르는 연속성 있는 진료 역량이 지역 의료의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배경이다. 이 가운데 경북 경주는 관광객 증가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응급실에는 중증외상환자부터 요양시설 환자, 산업재해 환자까지 다양한 환자들이 몰린다. 이런 변화 속에 경주권역 응급의료를 책임지는 동국대경주병원은 전문의 중심 응급실과 통합의학과 체계를 구축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문의 확충과 권역응급의료센터 추진, 그리고 지속 가능한 지역 응급의료 체계 구축까지. 김영갑 동국대경주병원 응급의학과장에게 지역 응급의료 현실과 과제를 들었다. [편집자주]


전공의 의존도가 낮아지고 지역 의료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지방 대학병원들도 새로운 운영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경주권역 응급의료의 중심축인 동국대경주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충과 통합의학과 신설 등을 통해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김영갑 동국대경주병원 응급의학과장은 경주 응급실이 일반적인 지방 중소도시와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경주병원은 경주 지역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이자 경주권역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경주뿐 아니라 영천·청도·경산 일부 지역환자들까지 응급실을 찾는다.


그는 “경주는 고령환자가 많고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도 많다”며 “산업단지, 원자력발전소 등이 공존하는 지역 특성상 다양한 응급환자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도시라는 특성도 응급실 환자 구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영갑 과장은 “낯선 지역에서는 웬만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기 쉽지 않다”며 “여행객들이 병원을 찾는 경우는 대부분 중증이거나 골절 같은 외상 환자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역 특성은 응급실 중증도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병원 측에 따르면 KTAS 1~3등급 중증환자 비율은 과거 30%대 수준에서 최근 60% 안팎까지 증가했다.


늘어나는 중증환자 수요와 달리 지방병원의 인턴·전공의 수급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김 과장은 “의정사태와 맞물려 지방병원 인턴과 전공의 지원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병원에서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 전문의 중심 진료 체계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응급실 넘어 병동까지 응급의학전문의 체계 확대


김 과장은 “기존에 응급실 전문의가 6~7명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2명까지 늘었다”며 전문의 2명이 함께 환자를 보는 더블 커버(Double Cover) 운영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전문의 중심 체계는 의사결정 속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전공의와 전임의 등을 거치는 단계적 구조였다면 지금은 전문의가 입원, 협진, 전원 여부까지 직접 판단하는 비중이 커졌다.


김 과장은 “환자들의 응급실 체류시간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만족도 역시 높아졌다”고 전했다.


변화는 응급실에만 그치지 않았다. 의정사태 이후 전공의 감소가 장기화되면서 병동과 중환자실 운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전공의가 담당하던 병동 업무와 야간 대응 기능을 전문의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성이 커졌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살려도 병동에서 관리할 체계가 없다면 결국 지역의료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동국대경주병원은 지난 5월 통합의학과를 신설했다. 입원환자와 중환자실 환자, 급성 악화 환자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동국대경주병원은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 승격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재이송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은 만큼 처음 이송된 병원에서 최종 치료까지 이뤄지는 게 환자에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려면 병원 역량을 키우는 수밖에 없고,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계기로 배후진료 인력도 더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영갑 동국대경주병원 응급의학과 과장(맨 오른쪽)과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환자 만족도 올라갔지만 병원 적자 폭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상황”


다만 전문의 중심 체계 구축에는 상당한 비용이 따른다. 전문의를 늘리고 중환자 대응 역량을 강화할수록 병원 부담도 함께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동국대경주병원은 최근 수년간 응급의학과뿐 아니라 암 진료와 중증진료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의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혈액종양내과와 방사선종양학과, 흉부외과 등 분야별 전문의를 확충하며 진료 역량 강화에 투자해 왔다.


이 같은 투자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학교법인 지원도 있었다.


그는 “불교 재단 특성상 수익성만을 앞세우기보다 공익적인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며 “어느 정도 적자를 감수해도 지역의료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조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문의 확충과 시설 투자, 의정사태 이후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이 겹치면서 적자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환자 만족도는 올라갔지만 적자 폭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며 “병원도 열심히 투자하고 있지만 지금 수준의 적자를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증응급환자에게 연속성 있는 진료를 제공하려면 개인 희생이나 병원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런 모델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응급의료 지원 확대 긍정적, 이송 혁신사업 최종치료 병원 연결 방향성 맞아”


최근 정부의 응급의료 지원 확대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응급의료 수가 개선이 전문의 충원과 인력 투자 여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김 과장은 “응급의료는 환자를 많이 볼수록 병원 적자가 커지는 구조였는데 최근에는 많이 개선됐다”며 “전문의 확충이나 응급실 투자도 과거보다 훨씬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기 전국 확대를 추진 중인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기본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될 경우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과장은 “응급환자를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신속하게 연결하겠다는 방향은 맞다”며 “다만 시범사업이 먼저 시행된 광주·전남과 경북은 의료자원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는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이라는 거점병원이 있지만 경북은 대구에만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이 4~5곳 있고 포항과 울산까지 연결돼 있어 이송 결정이 훨씬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누구도 명확하게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과장은 “시술 역량이 없는 병원에 일단 응급처치라도 하라는 식으로 환자를 보내는 구조가 된다면 오히려 골든타임을 두 번 허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송체계 혁신은 응급처치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게 아니라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신속하게 연결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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