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중증환자 최종치료를 맡을 권역책임의료기관 시설 확충사업이 지방비 확보 문제에 잇따라 발목을 잡히고 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전시에 충남대병원 ‘권역책임의료기관 최종치료 역량강화 사업’에 필요한 올해 시비 48억3000만원을 추경에 편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역책임의료기관 최종치료 역량강화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부터 전국 17개 시·도 권역책임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환자실과 수술실, 중증·고난도 질환 진료시설과 장비를 확충해 지역 안에서 중증환자의 최종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비는 국비 40%, 지방비 40%, 병원 자부담 20%로 구성된다. 정부가 국비를 확보해도 지방자치단체가 대응 지방비를 편성하지 못하면 사업 규모가 줄거나 집행 일정이 늦어질 수 있는 구조다.
충남대병원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총 496억5800만원을 투입해 중환자실과 하이브리드 수술실, CAR-T 치료실, 로봇 항암조제실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충청권 혈액암 환자가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고 지역에서 치료를 마칠 수 있도록 세포치료실을 마련하고, 방사성의약품을 자체 조제·제조하는 시설도 설치한다.
그러나 대전시가 올해 부담해야 할 지방비는 아직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충남대병원은 지난해 확보한 사업비로 설계와 일부 의료장비 도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비가 마련되지 않으면 설계 이후 공사와 추가 장비 도입 일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박 의원은 “대전시민이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을 앓게 되면 서울에 있는 이른바 빅5 병원으로 출퇴근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충남대병원이 그들 병원에 버금가는 의료 역량을 신속하게 갖출 수 있도록 시비를 편성해 줄 것을 대전시에 당부했다”고 밝혔다.
지방비 부족이 실제 사업 축소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남대병원은 2025년도 사업비로 144억3400만원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광주시가 필요한 지방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최종 사업비는 68억6000만원으로 줄었다. 당초 승인액보다 75억7400만원(52.5%) 감소한 규모다.
사업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전남대병원은 축소된 사업비 범위에서 중환자 진료시설 확충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6월 응급중환자실 음압격리병실 확충공사의 설계용역을 발주했다.
다만 지방비 부족으로 당초 승인된 규모를 모두 확보하지 못하면서 시설과 장비 확충도 줄어든 사업비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도 지방비 확정이 늦어지면서 지난해 말에야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12월 화순전남대병원에 도비 50억원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국비와 병원 자부담을 포함한 총 124억7300만원 규모 사업이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갔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수술실을 기존 13개에서 14개로 늘리고, 기존 수술실 2개와 회복실 등 부대시설을 확장·개선할 계획이다. 감마나이프와 디지털 혈관조영촬영장치, 엑스선혈액조사기, 자동 유방초음파 시스템 등 고난도 중증질환 진단·치료 장비도 도입한다.
복지부는 기관별 편성예산을 채우지 못한 시·도를 대상으로 추가 사업계획서를 받고, 사업 집행이 늦어지지 않도록 지방재정투자심사 등 행정절차를 간소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행정절차를 줄이더라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지방비 자체가 마련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 지역의료계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정부 공모사업 선정과 국비 확보에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사업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지방비 편성은 뒤로 미루는 경우가 있다”며 “지역거점병원의 중증진료 역량을 키우겠다고 사업을 유치했다면 필요한 재원을 제때 부담하는 것까지 지자체의 책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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