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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B형간염 치료 대상을 확대하는 진료지침이 마련된 가운데 이를 실제 환자 치료로 연결하려면 건강보험 급여기준과 국가 관리정책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건강보험 급여기준과 국가 관리정책도 함께 바뀌어야 진료지침 개정, 환자 치료 연계”
치료 기준은 기존 간수치 중심에서 바이러스 수치 중심으로 바뀐다. 간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치료받지 못했던 이른바 ‘회색지대’ 환자를 조기 치료해 간경변증, 간암 발생을 줄인다는 취지다.
이혜원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난 28일 대한간학회와 질병관리청이 공동 주관한 ‘2026 세계 간염의 날 기념 행사’에서 개정된 ‘2026 대한간학회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을 공유했다.
이 교수는 “이번 개정의 핵심은 바이러스 수치를 중심으로 환자를 명확하게 분류하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더 일찍 치료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肝) 수치 정상이어도 바이러스 많으면 치료
해당 가이드라인은 ▲바이러스 수치 중심의 자연경과 재분류 ▲중등도바이러스혈증 환자 치료 확대 ▲간소화된 치료 알고리즘 도입 등을 주요 변화로 제시했다.
기존에는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와 간수치를 함께 고려해 면역관용기, 면역활동기, 면역비활동기 등으로 환자를 구분했다.
항바이러스 치료 역시 바이러스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서 간수치가 정상보다 2배 이상 올라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도 간수치가 정상인 환자는 치료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회색지대 환자가 전체 만성 B형간염 환자의 30%를 차지한다.
그러나 간수치가 정상인 환자 가운데도 약 37%에서 의미있는 간 조직 손상이 확인되면서 기존 치료 기준 한계가 제기됐다.
특히 HBV DNA가 2000IU/mL 이상, 8 log₁₀ IU/mL 이하인 중등도바이러스혈증 환자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조기 치료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개정 가이드라인은 환자를 고바이러스혈증, 중등도바이러스혈증, 저바이러스혈증으로 단순화해서 분류토록 했다.
중등도바이러스혈증 환자는 간수치와 관계없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고바이러스혈증 환자도 30세 초과, 간수치 상승, 의미 있는 간섬유화 등 위험인자가 있으면 치료 대상에 포함했다.
간경변증이 있으면서 HBV DNA가 검출되는 환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간수치와 관계없이 즉시 치료하도록 했다.
이 교수는 “중등도바이러스혈증 환자는 간질환 진행과 간암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간수치와 관계없이 치료할 필요가 있다”며 “복잡한 면역 단계 대신 바이러스 수치를 중심으로 분류하면 비전문 의료진도 치료 대상을 보다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침 바뀌어도 급여기준 그대로면 치료 제한”
조기 치료에 따른 간암 예방 효과도 강조했다. 중등도바이러스혈증 환자 7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대조 임상시험에서 항바이러스 치료군은 간암과 중증 간 관련 임상 사건이 적었다.
조기 치료 시 간암 및 비대상성 간질환, 간이식, 사망 등을 포함한 복합 임상사건 위험이 약 79% 감소했다.
국내 경제성 분석에서는 HBV DNA가 2000IU/mL 이상인 환자 가운데 약 70%를 치료할 경우 2035년까지 간암 약 4만3300건과 사망 약 3만7000명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중증 간질환 치료비 절감 효과를 고려하면 치료 대상 확대가 비용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국내 만성 B형간염 감염자는 2020년 기준 약 12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진료와 연계된 비율은 약 39%이며,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약 33%지만 실제 치료받는 환자는 약 2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진료지침 개정에도 현행 건강보험 급여기준이 기존 치료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과제로 지목됐다.
이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진료지침과 기존 급여기준 사이에 격차가 생겼다”며 “과학적 근거와 지침 변화에 맞춰 제도적 뒷받침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더 많은 환자가 치료받고 중증 간질환으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B형간염은 아직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현재 이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완치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환자들이 현재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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