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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계 최초 간(肝) 오가노이드 기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시험가이드라인(TG)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표준 채택에 앞서 독성평가용 간 오가노이드 플랫폼 기술을 대웅제약에 이전한 것도 시험법 개발에 그치지 않고 향후 글로벌 공급 기반까지 함께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식약처 R&D 성과, OECD 국제표준화 추진
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최근 독성평가용 간 오가노이드 플랫폼 기술을 대웅제약에 이전했다.
해당 기술은 식약처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손명진 박사 연구팀이 개발했다.
식약처는 이를 세계 최초의 간 오가노이드 OECD 시험가이드라인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국제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식약처 출입 전문기 기자단 질의에 “기술을 개발한 것은 손명진 박사 연구팀이고 식약처는 이를 국제 규제기술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검증과 OECD 표준화를 추진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식약처가 간 오가노이드 플랫폼 개발을 추진한 배경으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간독성 평가가 갖는 중요성을 꼽는다.
오가노이드 개발 전문가는 “간독성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성 평가 항목 가운데 하나”라며 “간은 체내에 흡수된 약물을 대사·해독하는 핵심 장기로, 후보물질이 사람의 간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 임상시험 중단이나 시판 후 허가사항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신약 개발 과정에서도 약물 유발 간독성은 개발 실패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동물실험이나 기존 세포시험보다 사람 간을 정밀하게 구현한 독성평가 기술 개발은 글로벌 제약업계 핵심 과제이며 식약처가 선제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간과 유사한 3차원 구조…동결 후에도 기능 유지
이번 간 오가노이드 플랫폼은 기존 독성평가 시험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
기존 2차원 간세포 시험법이 단일 세포를 이용하는 것과 달리 간 오가노이드는 여러 종류의 간세포가 모여 실제 사람의 간 조직과 유사한 3차원 구조를 구현한다.
간 조직뿐 아니라 담즙이 생성·배출되는 구조까지 재현해 약물이 인체에서 유발하는 간독성을 기존 시험법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높였다. 기존 오가노이드는 장기간 배양하거나 동결·해동하는 과정에서 기능이 떨어져 장거리 운송과 장기 보관에 제약이 있었다. 반면 이번 플랫폼은 동결·해동 이후에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평가원 관계자는 “기존 오가노이드는 장거리 운송이나 해외 분양이 쉽지 않았지만 이번 플랫폼은 기능을 유지한 채 장기간 보관과 해외 공급이 가능하다”며 “연구를 넘어 산업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기술이전, 국제표준 이후 공급망까지 대비
이번 기술이전은 단순한 연구성과 이전을 넘어 OECD 국제표준 채택 이후를 대비한 산업 기반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OECD 시험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되려면 시험법뿐 아니라 이를 구현하는 시험재료를 세계 각국 연구기관과 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OECD 시험가이드라인이 마련된 이후 세계 각국에 동일한 품질의 오가노이드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기업이 필요하다는 점도 기술이전 배경으로 전해진다.
대웅제약은 최근 오가노이드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대량 생산 기술 개발’ 과제 총괄기관으로 선정돼 대량 배양 용기와 세포외기질(ECM), 성장인자 등 핵심 소재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자동화 생산공정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연구 단계에 머물렀던 오가노이드를 표준화된 품질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줄기세포 연구개발 경험과 첨단바이오의약품 GMP 생산시설을 보유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연구개발·생산 역량이 식약처의 OECD 국제표준화 전략과 맞물리면서 기술이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OECD 시험가이드라인은 특정 기업에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 모든 국가가 동일한 기준에 따라 시험법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OECD 가이드라인으로 채택되면 세계 각국이 시험법을 활용할 수 있는 표준으로 자리잡는다”며 “일종의 공공재 성격이 강한데도 대웅제약이 의지를 갖고 3차원 오가노이드 기술을 선점했다. 비임상 영역에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글로벌 규제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9월 DRP 제출·11월 정식 제안…2028년 채택 목표
식약처 최종 목표는 새로운 시험법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OECD가 인정하는 국제 규제기술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식약처는 간 오가노이드 시험법의 OECD 시험가이드라인 등재를 위한 첫 단계인 ‘상세검토보고서(Detailed Review Paper·DRP)’를 OECD 사무국과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다.
DRP는 새로운 시험법이 국제 규제기술로 활용될 가치가 있는지를 OECD 회원국들이 검토하고 합의하기 위한 문서다.
식약처는 2024년 OECD 국가조정자회의에서 간 오가노이드 시험법을 처음 소개했다. 이후 회원국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DRP 작성 프로젝트가 채택됐다.
오는 9월 DRP를 국가조정자회의에 제출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11월에는 간 오가노이드 시험법을 OECD 시험가이드라인으로 채택해 달라는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제안서를 제출한다고 곧바로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는 것은 아니다.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OECD 전문가 피어리뷰(Peer Review)를 거쳐 시험법의 과학적 타당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이후 독성 분야별 워킹그룹에서 재현성과 보완사항을 추가로 논의한다. 검토 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면 시험법을 수정하거나 추가 데이터를 확보하는 절차도 거친다.
모든 검토가 마무리되면 OECD 국가조정자회의에서 시험가이드라인 채택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식약처는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8년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시험법 검증(Validation)은 같은 연구실뿐 아니라 서로 다른 연구기관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재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여기에 실제 사람에서 나타나는 독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는지를 입증해야 국제 규제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OECD 시험가이드라인 하나를 만드는 데는 10년 정도 걸리지만 간(肝) 오가노이드처럼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험법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며 “현재 OECD와 긴밀히 협력하며 세계 최초 시험법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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