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이 실적 둔화와 장기 매출채권 증가가 겹친 가운데 10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온 총경리를 교체하고 중국 현지 인사 중심으로 경영진을 재편했다.
회사가 경영진 개편과 매출채권 문제 연관성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실적 발표와 채권 관리 강화 방침이 나온 직후 인사 사실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중국 현지 보도와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북경한미는 최근 경영진 조정과 인수인계를 마치고 뤄전화(罗振华) 신임 총경리 체제를 출범시켰다.
북경한미는 “장기 전략에 따라 보다 효율적인 조직 형태를 구축하기 위한 조정”이라며 “신임 경영진에 의학 및 의료·건강 분야 전문역량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체 인사 명단과 임해룡 전 총경리 퇴임 사유 및 향후 거취는 공개하지 않았다.
15년 이상 재직한 총경리 퇴임
임해룡 전 총경리는 한미약품 종합병원 영업담당 이사를 거쳐 2007년 북경한미 부총경리로 부임해 현지 영업을 총괄했다. 약 16년간 북경한미 경영을 책임진 장수 전문경영인이다.
올해 1월 산둥징웨이제약과의 프로젝트 협약과 2월 충칭중푸의약과의 인터넷 유통 협약에도 총경리 자격으로 참석했다.
신임 뤄전화 총경리는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가 아닌 북경한미 내부 출신이다.
지난 2011년 북경한미 사내 행사에서 총감으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회사에서 장기간 근무한 현지 인사로 파악된다.
한국 본사 출신 장기 재임 총경리가 물러나고 북경한미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현지 내부 인사가 경영을 맡게 된 셈이다.
경영진 개편에 앞서 약품생산허가상 기업책임자도 변경됐다.
베이징시 약품감독관리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 발급된 북경한미 생산허가증에는 임해룡 전 총경리가 기업책임자로 기재됐지만, 7월 13일 발급된 허가증에서는 쉬잉(徐英)으로 바뀌었다. 품질책임자와 생산책임자는 종전과 동일하다.
쉬잉은 중국의학과학원 연구원을 거쳐 북경한미와 베이징코리과학기술 연구개발센터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지난해 2월 임종윤 회장이 북경한미 동사장으로 복귀할 당시 신규 동사로 선임된 데 이어, 이번에는 약품생산허가상 기업책임자까지 맡게 됐다.
이에 따라 임종윤 회장이 동사장과 법정대표인을 유지하는 가운데 뤄전화가 총경리로서 경영을, 쉬잉이 생산허가상 기업책임자 역할을 맡는 체제가 구축됐다. 이사회 수장은 그대로 두면서 주요 집행·책임 직책을 중국 현지 인사로 재편한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매출 30% 감소…장기채권도 다시 증가
경영진 교체는 북경한미 실적과 채권 부담이 동시에 커진 시점에 이뤄졌다.
북경한미는 지난해 매출 4024억원과 영업이익 777억원을 기록하며 설립 후 처음으로 연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중국 유통망 재고 소진과 호흡기 제품 성수기 효과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매출은 6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67억원보다 약 30%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한미약품은 계절적 비수기와 중국 집중구매제도 영향 심화를 원인으로 제시했다.
매출채권 회수 문제도 불거졌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북경한미의 전체 매출채권은 지난해 말 약 9억위안에서 최근 6억7000만위안으로 감소했다.
반면 3개월을 초과한 연체채권은 지난해 말 3억2000만위안에서 올해 2월 9000만위안까지 줄었다가 최근 4억3000만위안으로 다시 증가했다. 전체 매출채권 가운데 3개월 초과 연체채권 비중이 약 64%에 달한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그룹 차원의 채권 관리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회수계획과 재발 방지 대책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3개월 이상 회수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채권 전액을 회수 불능이나 손실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이튿날 북경한미의 채권 관리 강화 방침을 공개했다. 이후 31일 중국 현지 매체를 통해 북경한미의 경영진 개편 사실이 알려졌다.
인사 결정이 발표보다 앞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매출채권 논란 이후 총경리를 급히 교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북경한미 실적 둔화가 확인되고 장기채권 원인 분석과 관리 강화가 추진되던 시점에 경영진 개편 사실이 공개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코리 유통망도 대금 회수기간 장기화
북경한미 주력 제품의 중국 원외 유통을 담당하는 코리(Coree·科郦)에서도 하위 유통망의 대금 회수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임종윤 회장이 창업자이자 지배주주인 코리는 마미아이와 이탄징 등 북경한미 주력 제품의 중국 원외시장 독점 유통사다. 북경한미가 병원 입찰시장을 담당하고 코리가 약국과 기층 의료기관을 비롯한 원외시장에서 유통·마케팅을 맡는 구조다.
코리가 홍콩거래소에 제출한 기업공개(IPO) 신청서에 따르면 회사 2025년 말 순매출채권은 약 1억8654만달러로 집계됐다. 매출채권 회수기간은 2023년 59일에서 2024년 99일, 2025년 168일로 길어졌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리는 일부 유통업체가 하위 유통업체로부터 판매대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사의 매출채권 회수기간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주요 유통업체 신용 상태와 미결제 잔액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회수 절차를 체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코리의 회수 지연이 북경한미의 장기채권 증가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경한미가 공개한 3개월 초과 채권 4억3000만위안 가운데 코리 및 관계사 관련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신규 생산기지 준공도 과제
북경한미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생산기지 준공 여부도 관심사다.
중국 순이구 정부에 따르면 북경한미 통합기지 1단계 사업에는 3억3400만위안이 투입됐다. 연면적 약 2만6939㎡ 규모로 자동화 창고와 종합제제동, 저장·운송센터 등이 들어선다.
완공 후 미창안 연 5억8500만캡슐과 복합유산균 84톤을 생산하고, 1만1000개 보관 공간을 갖춘 자동화 물류창고도 운영할 계획이다.
당초 2026년 5월 준공검사를 마치는 일정이 제시됐지만 올해 3월 중국 현지 보도에서는 완공 예정 시점이 7월 말로 조정됐다. 이달 10일 현재 실제 준공이나 가동 개시 여부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북경한미는 집중구매 대상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비대상 품목과 성인 만성질환 제품을 육성하고 신약개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실적과 채권 부담이 부각된 상황에서 출범한 새 경영진이 중국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신규 생산기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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