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대응해 예방과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으로, 단순히 환자가 내원했을 때 진료하는 기존 의원급 의료기관 역할을 넘어 등록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주치의형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이번 사업은 홍승권 원장이 강조해 온 핵심 과제로 기존 행위별수가 중심 보상체계에 HCC 기반 통합수가와 일차의료 기능강화 보상, 다학제팀 운영지원, 성과보상을 결합한 새로운 지불체계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료계 관심이 높다.
참여 의료기관은 단독으로 다학제팀을 운영하는 방식과 거점지원기관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나뉘며, 환자 등록을 기반으로 포괄적·지속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환자는 참여 일차의료기관을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등록하고, 등록 이후에는 주치의를 중심으로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게 된다. 다른 의료기관 이용을 제한하지는 않지만 등록한 일차의료기관 주치의와 우선적으로 진료·상담을 진행토록 권고하는 방식이다.
진료량 아닌 ‘환자 관리’ 보상…혼합수가 실험
의료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보상체계다. 이번 사업에서는 기존 행위별수가제에서 벗어나 진료서비스에 대한 기본 보상과 일차의료 기능강화 보상 및 다학제팀 운영지원 보상, 성과보상을 결합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참여기관은 진료서비스에 대해 행위별수가제 또는 HCC 기반 통합수가제를 선택할 수 있다. HCC 기반 통합수가는 환자 성별·연령 등 인구학적 특성과 진단정보를 토대로 향후 의료비를 예측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통합수가제를 선택하면 등록 환자에 대한 진료서비스 보상은 개별 진찰·검사·처치 행위마다 보험자 부담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환자 위험도 등을 반영한 통합수가가 적용, 매월 정액으로 지급된다.
여기에 일차의료서비스에 대한 기능강화 수가도 별도로 지급된다. 환자별 포괄평가와 관리계획은 연 1회, 환자 관리·교육·상담·비대면 관리 등은 6개월 동안 최소 1회 이상 제공하도록 기준을 두고 있다.
결국 의료기관이 얼마나 많은 환자를 얼마나 자주 진료했느냐에 초점을 맞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등록 환자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했느냐에 보상을 연계하는 구조를 시험하는 셈이다.
다학제팀 운영 年 3000만원 사전 지급…성과 따라 추가 보상 제공
다학제팀을 실제 현장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운영지원 보상도 파격적으로 책정됐다.
단독모형 일차의료기관에는 다학제 인력과 사업 운영체계 마련을 위해 매년 3000만원을 사전 지급하고, 협력모형 거점지원기관에는 연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운영지원 보상은 인건비와 수당, 회의 운영비, 교육·상담을 위한 공간 임차료 등 사업 수행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성과에 따른 추가 보상도 마련된다.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운영지원 보상 금액의 20% 이내에서 추가 보상이 가능하며, 일차의료서비스 보상 역시 서비스 질과 건강수준, 환자경험 등을 평가해 차등 지급하는 구조다.
단독모형에 참여하는 의원은 의사 2명, 전담 간호사 1명, 기타 인력 1명 등 최소 4명 이상의 다학제팀을 구성해야 한다. 협력모형에서는 자체적인 다학제팀 운영이 어려운 의원이 거점지원기관의 지원을 받아 환자 교육·상담, 방문서비스, 사례회의, 지역사회 돌봄자원 연계 등을 수행한다.
프랑스 모델 벤치마킹…‘한국형 주치의제’ 정착 모색
이번 사업을 두고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해외의 주치의제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 의료체계에 맞는 모델을 찾으려는 시도가 병행됐다는 점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행위별수가와 인두제 성격의 보상, 성과 기반 보상을 결합하는 혼합지불체계를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됐다.
홍승권 원장을 포함한 심평원 출장단은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프랑스를 방문해 프랑스 국민건강보험중앙기금(CNAM) 등을 찾고 주치의제와 혼합지불체계 운영 경험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프랑스의 다학제 진료체계와 의료·돌봄 연계 모델을 직접 확인하면서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협업하는 구조를 국내 일차의료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거점지원기관을 중심으로 다학제팀을 구성하고, 일차의료기관과 지역사회 돌봄자원을 연결하도록 설계한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환자 관리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시스템 연계도 추진된다. 사업에서는 건강정보고속도로(PHR)와 심평원 시범사업 시스템을 연계해 참여기관의 환자 등록부터 건강정보 제공, 포괄평가와 건강관리계획 수립 등을 지원하는 구조가 마련된다.
실제 사업 참여기관에는 환자 정보의 통합 조회·전송을 위해 건강정보고속도로 사업 참여가 권장되며, 향후 EMR 시스템 연계 등을 위한 기술지원도 예정돼 있다.
이는 일차의료기관이 환자가 내원한 순간의 질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건강검진과 임상정보 등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의료계 “사실상 주치의제”…통합수가 부작용 우려도 제기
다만 제도 안착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사실상 주치의제를 도입하는 변형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등록을 기반으로 한 환자 관리가 의료기관 선택권을 제한할 가능성과 함께 HCC 기반 통합수가가 의료기관의 진료행태를 위축시켜 자칫 과소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9월 시작되는 이번 시범사업 성패는 새로운 수가체계 자체보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실제 현장에서 다학제팀을 구성하고, 환자를 등록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지역사회 의료·돌봄자원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심평원은 “프랑스의 20년에 걸친 단계적 보상체계 개발 방향 및 과정을 참고하는 등 한국 보건의료 체계 특성에 적합한 한국형 일차의료 주치의 제도 구현이 필요하다”며 “협진 관련 보상체계 구축, 의료인력 전문성 인정 등 정부 정책의 유연성 확보와 시의적절한 정책적 개입 및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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