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추격 아닌 세상에 없는 수술 보조로봇”
이창현 K-헬스미래추진단 PM “필수의료 해소 기여 ‘미켈란젤로’ 개발 추진”
2026.08.29 06:12 댓글쓰기

“다빈치 수술로봇을 뒤쫓는 게 아니라 세상에 없는 새로운 수술로봇을 한국에서 먼저 만들겠다. 의료진 완전 대체가 아닌 집도의를 보조하면서 일부 작업 스스로 수행하는 게 목표다.”


이창현 K-헬스미래추진단 PM은 데일리메디·K-헬스미래추진단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헬스케어 포럼에서 “필수의료 과제 중 하나는 수술실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는 필수의료 수술실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의료진 바로 옆에서 수술을 돕는 ‘휴머노이드형 수술보조로봇’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병원 수술실이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는 만큼 기존 환경을 크게 바꾸지 않고 다양한 보조업무를 수행하려면 인간형 로봇이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정부와 산학계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휴머노이드 수술로봇이 기존 글로벌 수술로봇 시장 강자 다빈치(da Vinci)를 넘는 국가 보건의료 난제 해결 핵심으로 판단하고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기존 수술로봇이 정밀한 원격조종에는 강점이 있지만 정작 수술실 인력 부족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과정에서 보조인력이 빠져 집도의가 수술방에 남아 부담을 떠안게 되기도 했다”며 “전문간호사를 비롯해 보조인력 활용에도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수술로봇로는 수술실 인력난 해결 불가”


K-헬스미래추진단은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통해 보건안보, 미정복질환, 바이오헬스 초격차 기술, 복지·돌봄, 필수의료 혁신 등 국가 보건의료 난제 해결을 위한 도전형 R&D를 추진 중이다.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주요 대학병원들과 경쟁적으로 응급환자 최적 이송, 중환자 관리, 수술환경 조성을 위한 휴머노이드형 피지컬 AI 수술보조로봇 개발(PAIR-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기존 수술로봇은 전면적으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때문에 K-헬스미래추진단은 이번 프로젝트 초기부터 ‘휴머노이드’ 형태를 강조하고 있다.


이창현 PM은 “기업에서도 많은 수술로봇을 만들고 있지만 실제 수술실에선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며 “기존 로봇들이 수술실 노동력 부족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수술대 높이, 장비 위치, 작업 높이, 동선 등이 모두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이 기존 환경에 가장 유연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수술실에는 수술대뿐 아니라 각종 의료장비와 모니터, 의료진이 동시에 위치해야 한다. 기존 산업용 또는 협동로봇 형태는 내부 장비 배치, 의료진 동선 등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의료진 옆에서 보조업무 수행…다빈치와 다른 길


휴머노이드 수술보조 로봇은 기존 수술보조 로봇인 다빈치 시스템과 사용하는 방식부터 다르다.


다빈치는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대 주변으로 대형 로봇팔들이 배치되는 비교적 큰 시스템이지만, 휴머노이드형 로봇은 작은 공간에 하나의 몸체를 이용해 다양한 보조업무를 수행한다.


현재 프로젝트는 경쟁형 연구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선 3개 연구팀이 각각 수술보조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각 팀이 실제로 개발한 로봇을 직접 선보이는 평가가 예정돼 있다.


평가결과를 통해 후속 단계 연구를 수행할 팀을 선정한다. 각 연구팀에는 공통 테스트가 존재하지만 팀별 특성과 보유 기술을 고려한 별도 테스트도 적용되고 있다고 이 PM은 설명했다.


단순 개념 설계, 알고리즘 개발 단계가 아닌 실제 하드웨어 구현, 평가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이 PM은 휴머노이드형 수술보조로봇 분야에 뚜렷한 세계적 선두주자가 없지만 중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기업들이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술 발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마음이 굉장히 다급하다”며 “다빈치를 뒤늦게 따라가는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수술보조 로봇이라는 별도 시장을 만들어 한국이 먼저 선두에 올라서야 한다”고 설파했다.


한국 수술실 데이터가 강점…美·中 쉽게 못 따라와


이 PM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이라는 의료현장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전공의나 전임의, 숙련된 수술실 간호사 등이 담당했던 보조업무 가운데 일부를 로봇이 대체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국내 의료환경 자체도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휴머노이드가 수술실 내부를 관찰하고, 수술 진행 과정을 학습시키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PM은 새 수술로봇에 ‘미켈란젤로(Michelangelo)’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켈란젤로는 의료진과 직접 상호작용하면서 수술 맥락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데 초점을 둔다.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를 빗대 현재 수술로봇을 대표하는 다빈치와 경쟁할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가 담겼다.


AI 기반으로 수술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학습, 집도의 의도를 파악하는 수준까지 발전하면 스스로 안전한 보조동작을 선택하고 환경에 적응하게 하는 게 최종 연구 방향이다.


그는 “수술실 학습 데이터는 우리나라가 굉장히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라며 “중국이나 미국이 쉽게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좋은 의료환경과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피지컬 AI가 적용되면 단순한 기구 전달을 넘어 수술 직접 보조도 가능할 것”이라며 “집도의가 내리는 지시를 로봇이 듣고 의미를 이해한 뒤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만들려는 것은 의료진과 상호작용하고 수술 맥락을 이해하면서 능동적으로 보조하는 로봇”이라며 “세상에 없는 로봇인 미켈란젤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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