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건립 덮친 ‘공사비 폭등’…잇단 개원 지연
건설공사비지수 ‘역대 최고’ 기록…자재비·인건비 급증으로 ‘유찰’ 속출
2026.09.02 06:33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전국 주요 병원 건설 현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공사비로 인해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의료계 및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동 분쟁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급등, 고금리 현상 등이 맞물리면서 개원 연기 또는 지연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건설 원가가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건설비는 결국 병원 오픈 연기와 사업 주체 간 갈등으로 직결돼 지역필수 의료 인프라 확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지표와 현장 목소리는 사태 심각성을 보여준다. 2026년 상반기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대비 35% 이상 급등한 135를 넘어섰다.


‘2026 병원건축포럼’에서 공개된 현실은 참담했다. 10년간 시멘트 가격이 56.9%, 철근이 74.1%, 최저임금이 71% 상승하는 등 건설 원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여기에 건설업 기능인력 역시 올해 약 30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인건비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병원은 일반 건축물보다 복잡한 설비가 요구돼 공사비 상승 타격을 더 크게 받는다. 


의료가스와 정밀 공조, 방사선 차폐 시설은 물론 최근 도입이 늘고 있는 자율주행 로봇 등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추가된다.


더불어 의료진 교체 등 내부 상황에 따른 잦은 설계 변경 리스크까지 존재해 건설사들이 수주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건설비 폭증 악재, 병원 건설 지연 등 ‘현실화’


이러한 악재는 대형병원 신축 현장을 고스란히 덮쳤다. 경기 남부권 의료 핵심 인프라로 추진됐던 아주대학교 평택병원이 직격탄을 맞았다. 건립비가 당초 추산된 2900억원에서 최근 4500억원 수준으로 1600억원가량 폭등했다. 


여기에 더해 아주대병택 병원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며 핵심 민간사업자가 철회 의사를 시사하는 등 파열음이 일고 있어, 대폭 지연된 2031년 개원마저 불투명하다는 우려까지 확산 중이다. 


앞서 시흥 배곧신도시에 들어설 800병상 규모 배곧서울대병원은 총사업비를 5312억원으로 책정했지만, 공사비 부담 탓에 입찰이 네 차례나 유찰됐다. 결국 정부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사업비를 5872억원으로 증액하고 나서야 금년 3월 겨우 본공사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수도권 유력 병원들 공사비 폭등 ‘직격탄’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대규모 분원 건립 사업 역시 공사비 폭등 직격탄을 맞아 휘청이고 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건립을 추진 중인 서울아산청라병원은 시공사 선정과 본공사 착공이 늦어지며 사업 주체 간 갈등을 겪었다. 


인하대병원이 경기 김포시에 추진해 온 ‘인하대 김포메디컬캠퍼스’ 또한 건축비 상승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공사비 폭등에 따라 1600억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 부담 주체를 놓고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고, 한때 사업 협약 해지 위기까지 몰리는 등 개원 일정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또 서울 송파구 위례의료복합용지에 1000병상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었던 가천대 서울길병원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공사비 확보 등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토지 대금을 미납해 사업이 최종 무산됐다.


신축뿐만 아니라 리모델링이나 기존 건립 사업도 험로를 걷고 있다.


진통 끝에 9월 진료를 시작하는 군립 울주병원은 노후 건물 구조 보강과 내진 성능 강화 등에 발목이 잡혀, 2023년 계획 당시 256억원이던 사업비가 3년 만에 53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2006년 협약 이후 20년째 지연 중인 송도세브란스병원 또한 그간의 물가 상승분이 누적돼 약 3000억원의 추가 공사비 분담을 두고 셈법이 복잡해진 상태다.


공사비 증가가 최대 암초로 부상하자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곳도 등장했다. 국가 필수의료 중추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은 9433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신축·이전 사업에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 방식을 채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의료기술 발전으로 병원 환경이 고도화되는 만큼 발주 단계부터 현실적인 사업비를 책정해야 한다”며 “반복적인 유찰로 지역 사회에 꼭 필요한 병원이 제때 건립되지 못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적정 예산 확보를 위한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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