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연구 코디네이터(CRC)가 2주에 걸쳐 수기로 진행하던 적격성 검토를 수십 초로 대폭 줄인 게 핵심으로, 연구팀은 해당 소프트웨어의 특허 출원과 프로그램 저작권 등록까지 완료했다.
특히 이번 소프트웨어는 외부 예산이나 타 부서 지원 없이 혈액내과 박성수 교수를 중심으로 의료진이 직접 개발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2026년 4월 개발에 착수한 뒤 약 2개월 만에 실제 업무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완성돼, 현재 다발골수종센터에서 임상시험 대상자 선별에 활용 중이다.
골수의 형질세포가 악성으로 증식하는 난치성 혈액암인 다발골수종은 국내에서 연간 2,000명 이상이 진단받고 있으며 고령화와 맞물려 발병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재발과 불응이 잦아 신약 임상시험 참여 자체가 중대한 치료 기회지만, 그동안은 담당 교수가 임상시험을 공지하면 코디네이터가 환자별 전자의무기록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통상 2주가 소요되는 데다 기준 공유 방식도 마땅치 않았고, 코호트별 기준이 달라 수작업 검토 과정에서 오류나 누락이 발생하기 쉬웠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이 과정을 3단계로 자동화했다. 먼저 전자의무기록을 정리해 과거 치료 횟수, 특정 약제군 불응 여부, 조혈모세포이식 이력 등을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이어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복잡한 문장으로 적힌 임상시험 참여·제외 기준을 표 형태로 변환해 세부 환자군을 구분한다.
마지막으로 프로테아좀억제제·면역조절제·항CD38 항체 등 다발골수종 특화 약제 조합에 대한 반응 여부까지 임상 기준에 맞춰 자동 계산한다.
특히 검사 결과가 아직 없는 환자를 곧바로 배제하지 않고 ‘보류’로 분류해 치료 기회에서 누락되는 문제를 방지했다.
사망 환자는 자동으로 제외하고 날짜 입력 오류 등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적용했다. 선별 결과는 ‘참여 가능·보류·참여 불가’ 3단계로 정리되며 세부 근거와 함께 엑셀 파일로 생성된다.
수천 명 규모의 환자 데이터베이스 전체를 훑는 데 수십 초, 환자 한 명을 정밀 판정하는 데는 수 초면 충분하다.
핵심 로직에 대한 800건 이상의 검증 테스트도 마쳤다. 다발골수종센터는 지금까지 18개 임상시험 기준을 등록해 운영하며 높은 편의성과 정확도를 확인했다.
혈액내과 민창기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빠른 신약 도입에도 그 기회를 환자에게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수작업이었다”며 “오랜기간 축적한 데이터가 있었기에 이번 성과가 가능했다”고 전했다.
개발을 주도한 박성수 다발골수종센터장은 “AI가 1차 후보군을 즉시 추리면 연구 인력은 환자 상담과 등록 절차에 집중할 수 있어 더 많은 환자에게 신약 치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별 속도 자체를 넘어 적격 환자가 한 명도 빠짐없이 기회를 안내받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임상적 정확도 검증 연구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적용 범위를 다른 혈액암으로 넓히고, 원내 임상연구 관리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성모병원 다발골수종센터는 지난해 발표한 장기 치료성적 분석에서 환자 1291명의 중앙 생존기간 80.5개월을 기록, 국내 전체 평균(52.8개월)을 크게 상회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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