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단체와 일부 의약단체가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사회적 주목도가 재부상한 임신중지약(유산유도제) 도입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결단을 요구했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로 지정된 9월 28일까지 식약처가 임신중지약을 승인하지 않으면, 다음날 100인이 식약처를 방문해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모임넷)’은 2일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간호사페미니스트네트워크 널싱페미 등 일부 의약단체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측이 참석했다.
이들은 “식약처가 지난 5년 동안 입법 미비를 핑계로 유산유도제 승인을 미뤄왔다”며 “식약처의 승인 거부는 자신의 사회경제적 상황으로 약을 이용한 임신중지가 필요한 이들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는 약을 구하게 하고, 임신 초기 임신중지 접근성을 제약한다”고 질타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서은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의약품정책부장은 “식약처는 ‘국민 안심이 기준’이라고 한다. 회색시장을 통해 임신중지약을 실제 이용하는 한국 현실에 대해, 알 수 없는 이유로 허가가 되지 않아 제도 내에서 이용하지 못하는 현재의 공황 상태가 더 안전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임신중지약 ‘미프진’은 여러 국가에서 오랜기간 사용됐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의약품 이용을 상황에 따라 권고하고 필수의약품 목록에도 포함한다”며 “식약처가 답해야 할 문제는 허가가 아닌, 품질·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심사와 안전한 제도 내 사용법이다”고 주장했다.
신생아실 간호사인 김주희 널싱페미 활동가는 “생명을 보살피는 보건의료 현장은 결코 방치나 무책임 위에 서 있을 수 없으며, 모든 여성에게 안전하고 존엄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때 비로소 모두의 건강권이 바로 선다”고 피력했다.
이어 “식약처는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또 다시 ‘검토 중’이라는 말로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면서 “의약품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야만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이 정확한 복약 지도와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투약 후 상태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전향적 검토” 지시에 법제처 “입법목적 미부합” 해석으로 새 국면
현재 국회에는 남인순 국회의장이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롯해 이수진 의원안, 박주민 의원안, 조배숙 의원안 등 임신중지를 규정하는 발의돼 있다. 이 중 남인순 의원안은 약에 의한 임신중지 허용 및 건강보험 적용을 다뤘다.
사회적 합의 실패로 법안 심사도 속도가 나지 않는 등 공방을 거듭한 임신중지약 도입 논의는 올해 7월 이재명 대통령 지시, 8월 법제처 법령해석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미프진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법제처는 “안전성 등이 확인된 의약품에 대해서까지 수입 품목 허가를 금지해 일반 국민이 사용할 수 없다면 오히려 모성 생명권 및 건강권 보호라는 ‘모자보건법’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특히 후자는 그간 식약처가 주장해 온 “법 개정이 먼저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약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법 개정과 상관 없이 임신중지약 승인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보건당국은 관계부처 협의 및 제도화 방안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보건복지부 측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임신중지약이 도입된다면 보험급여 적용 방식 등을 검토 중”이라고 업무보고한 바 있다.
한편, 의료계 반대 상황도 강경하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 중지 관련 대체입법, 사회적 합의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 판단에 따라 약물 처방을 허용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적절한 진단 및 사후 관리 없이 약물이 유통되면 과다출혈·감염·불완전 유산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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