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내에서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0.3인분 취급을 받으면서도 대기 수당조차 없는 24시간 온콜을 의사 개인의 희생 등으로 버텨온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남소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부산백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대한의사협회지(JKMA)에 ‘소아외과 의사로 산다는 것 : 필수 소아의료 현실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성찰’ 기고문을 통해 지난 20여 년 마주해온 소아외과 현장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남 교수는지난 2010년 연고가 전혀 없던 부산으로 내려가 신생아중환자실과 응급실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그는 “지방으로 내려온 뒤 ‘소아외과만 해서 되겠느냐’, ‘수익성이 낮다’는 식의 무례한 평가를 수없이 들었다”며 “낮은 급여와 대기 수당 없는 24시간 365일 온콜을 15년 넘게 홀로 감내했지만, 동료 의사들의 무심한 편견과 숫자로 환산되는 생산성 평가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원가 못미치는 수가와 인력난 악순환…전국 전문의 ‘소멸’ 직전
남 교수는 소아 진료의 구조적 적자 원인으로 환자 수 중심 평가 방식과 소아 진료 특수성을 외면한 행위별수가제를 정조준했다.
신생아나 영아의 정맥주사 확보를 위해 의료진 최소 3명이 1시간 넘게 매달려도 행위 가치가 성인과 동일하게 묶여 있다는 것이다.
미숙아 망막 검사의 경우 3명 이상 간호사가 2시간 가까이 환아를 지켜봐도 상급종합병원 기준 총진료비는 3만9956원(본인부담금 1997원)에 그치고, 굳은 대변을 손으로 직접 제거하는 1시간 노동의 수가는 1만5951원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극심한 저수가와 막대한 의료사고 배상 책임은 인력 소멸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졌다. 수술 후 합병증으로 10억원대 배상 판결이 내려지는 등 위험 부담이 커지면서 지원자가 끊긴 탓이다.
실제 남 교수가 인용한 2025년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소아 비뇨의학 전문의는 29명, 소아 흉부외과는 33명, 소아외과는 50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으며, 소아 신경외과 상근 전문의는 전국 9.5명으로 빅5 병원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권역별 5인 이상 거점팀 구축 시급…의사 개인 희생 한계
정부가 추진한 2024년 5월 1500g 미만 미숙아 수술 가산(1000%) 등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연간 해당 미숙아 수술 건수가 극히 드물고 빈번한 수가 삭감이 겹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남 교수는 소아외과를 필수·공공의료 영역으로 확고히 규정하고 근본적인 진료 전달체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 교수는 “모든 대학병원에 소아외과 전문의를 1명씩 분산 배치하는 방식은 지속될 수 없다”며 “24시간 응급수술과 중환자 진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권역별 거점병원에 최소 5명 이상 전문인력을 모으고 전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원가와 대기 비용을 반영한 수가 현실화와 함께 당직비 및 온콜 대기수당 지급 등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며 “의사 개인의 희생과 사명감만으로 버티는 체계는 끝났다. 후속 세대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경험을 구체적인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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