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폐암수술 60%가 상위 9개 병원에 집중되는 등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역 병원 수술 역량이 대형병원과 비교해 결코 뒤처지지 않음에도 환자들의 막연한 불안감과 서울 등 수도권 간병 환경 때문에 쏠림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중증환자 치료 핵심인 다학제통합진료를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와 전담 인력에 대한 별도 수가 신설 등 정책적 보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폐암학회는 10일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폐암 다학제진료 설문조사 결과와 지역 쏠림 완화 및 다학제 진료 활성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의료 질(質) 문제 아닌 국민들 인식 탓”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국내 폐암 치료의 극심한 수도권 쏠림현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폐암 수술 약 60%가 단 9개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전체 수술의 절반가량이 서울 지역에 집중돼 있다.
박인규 기획이사(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는 “학회 차원에서 파악해 봐도 지방 국립대병원 등의 폐암 수술 질은 수도권 대형병원과 비교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환자들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서울을 찾고, 자녀들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고령의 폐암환자가 간병과 수술 후 관리를 위해 상경하는 구조적 문제가 겹쳐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방에서도 충분히 안전하게 수술받고 회복할 수 있도록 간호와 간병을 연계하는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수도권 이동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정선 회장(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역시 국민적 인식 개선과 전문가 의견 전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형병원으로 가야 치료결과가 더 좋을 것이라는 대중의 인식은 객관적 평가 기준이 부재한 탓에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료 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면 왜곡된 전달체계를 되돌리기 위해 향후 천문학적인 재정과 노력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학제 진료 가치 높지만 현장 부담 가중…“사전 준비 등 수가 적용 필요”
학회는 폐암 환자의 최적 치료를 이끄는 다학제통합진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실적인 수가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학회 기획위원회가 폐암 진료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0%가 다학제통합진료가 진료 질을 높인다고 답했고 82%는 환자 만족도 향상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학제 회의 98%가 대면으로 진행되고 매주 1회 이상 운영(86%)되면서 응답자 66%가 ‘필수 전문의 일정 및 장소 조율 어려움’을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의료진 업무 과중을 덜고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는 사전 준비에 대한 별도 보상(56%), 전담 코디네이터 지원 및 가산(52%), 다학제 진료료 현실화(52%), 비대면 참여 및 튜머보드(Tumor Board) 인정(48%) 등이 제시됐다.
박인규 기획이사는 “현재 다학제 진료는 외래와 수술 등 기존 진료를 마친 뒤 의료진이 남는 시간을 쪼개 진행하는 구조”라고 일침했다.
이어 “진료 전 환자 사례를 선별하고 검사 자료를 취합·조율하는 사전 준비 업무의 82%를 교수나 전담전문의가 떠안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또 “여러 의료진을 일정에 맞춰 모으는 코디네이터 인력 운용비용은 물론 10여 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회의 공간과 화상장비 구축 등 막대한 비용이 병원 부담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사전 준비와 전담 인력, 시설 투자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수가 패키지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면진료 고집 평가기준 탈피…비대면 연계 플랫폼 제안
현행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암 적정성 평가와 다학제 수가 산정 기준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다학제 진료료는 의사 3인 또는 5인 이상이 환자와 직접 대면해야 산정된다. 때문에 응급 수술 중이거나 타 진료일정과 겹칠 경우 참여 자체가 제한돼 회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적정성 평가 대상 역시 주로 병기 2~3기에 국한돼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치료 결정이 복잡한 환자를 중심으로 병기와 무관하게 60% 이상 폭넓게 다학제를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 이사는 “수술실이나 연구실 등 다른 공간에서도 온라인으로 접속해 회의에 참여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비대면 방식 참여와 튜머보드 회의를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수도권 대형병원과 지역 암병원을 비대면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원격 다학제 모델도 대안으로 거론됐다.
수도권과 지역 의료진이 비대면 다학제를 통해 치료 전략을 공동 수립하면, 굳이 환자가 서울로 이동하지 않고도 거주 지역 내에서 신뢰도 높은 치료를 종결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학회는 이번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적정성 평가기준 유연화 ▲사전 준비와 전담인력을 포괄하는 수가 개선 ▲비대면·하이브리드 다학제 인정 ▲공통 기록체계 개발 등을 건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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