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피부질환, 자가진단 금물 전문의 진료 필수”
대한피부과학회, 인식 개선 필요성 강조…“환자 67.2% 삶의 질 저하”
2026.09.12 06:44 댓글쓰기



손 피부질환은 증상이 비슷해도 원인과 치료법이 달라 정확한 감별진단이 중요하다. 업무와 대인관계 등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피부과학회(회장 이지범)는 지난 10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제24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소중한 나의 손, 피부과 전문의와 함께’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지범 회장은 “손에 발생하는 피부질환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업무 수행과 대인관계, 나아가 정신건강과 삶의 질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증상에도 원인·치료 달라…감별진단 중요


한태영 을지의대 피부과 교수는 손습진과 건선, 손발바닥농포증, 백선 등이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원인과 치료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 진료 사례도 소개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환자는 손에 생긴 각질을 자극성 접촉피부염으로 진단받고 스테로이드를 사용했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이후 진균검사에서 무좀이 확인됐고, 항진균제 치료로 증상이 좋아졌다.


한 교수는 “손 피부질환은 모양이 비슷해 습진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지기 쉽지만, 손에 생기는 발진은 단일 질환이 아니라 여러 질환의 집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업과 생활환경, 병력 등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진균검사나 첩포검사 등을 시행해야 한다”며 “손에 생긴 발진을 습진 한마디로 끝내지 말고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피부질환 경험자 67.2%, 삶의 질 저하


이하은 포레피부과 원장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손 피부질환 경험 및 피부과 전문과목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45.8%는 최근 3년 이내 손 피부질환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경험자 중 67.2%는 삶의 질이 저하됐고, 64.6%는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증상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피부과 전문의원이나 대학병원을 찾았다는 응답은 18.1%에 그쳤다. 약국 방문이 26.4%, 인터넷 검색이 21.0%로 더 높았다.


전문의를 바로 방문하지 않은 이유로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45.6%로 가장 많았다.


이 원장은 “국민의 95% 가까이가 손 피부질환에 가장 적합한 의료진으로 피부과 전문의를 꼽았지만, 실제 증상이 발생했을 때 찾아오는 비율은 18%였다”고 말했다.


만성 손습진, 악화 요인 관리 및 지속적 치료 필요


이동훈 서울의대 피부과 교수는 손습진의 진단과 치료를 설명하며, 손은 계속 사용해야 하고 외부에 드러나는 부위인 만큼 신체적·심리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심하면 피부가 갈라져 피도 나고 주먹도 쥐기 힘든 상황이 된다”며 “손은 정말 쉴 수가 없는 부위이고, 감출 수 없는 부위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도 굉장히 크다”고 설명했다.


손습진은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1년에 2번 이상 재발하면 만성으로 분류한다. 환자 절반 이상은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을 함께 갖고 있어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치료와 함께 물·세제 등 자극 요인을 줄이고 보습과 피부 보호를 이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악화 인자를 그대로 두면 어떤 약도 효과가 오래갈 수가 없다”며 “같은 연고를 계속 바르면서 버티는 것도 많이 하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 반응이 부족하거나 이상 반응이 생기면 치료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환자들이 불편하지 않고, 삶의 질과 사회적 기능에 문제가 없게 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늘어나는 만큼 중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 개선도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손발바닥농포증, 환자 상태에 맞춘 장기 관리 강조


정혜정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손발바닥농포증의 원인과 관리, 최신 치료제를 소개했다.


손발바닥농포증은 손바닥과 발바닥에 무균성 농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통증과 피부 갈라짐으로 물건을 잡거나 걷는 등 기본적인 활동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정 교수는 “치료를 1년, 2년 하고 완치를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를 호전시키고 재발과 악화를 줄여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생물학적 제제 등 치료 선택지가 확대되고 있지만 치료 효과와 비용 측면에서 과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광선치료 역시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직장인이 병원을 자주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며 환자의 생활 여건을 고려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기존 치료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는 전문의 진료의 필요성과 함께 의료기관 간 연계와 진료 접근성 문제도 제기됐다.


고현창 대한피부과학회 홍보이사는 “2차 병원급에는 피부과가 개설된 곳이 드물다”며 “진료 여건이 개선되면 여러 의료기관에서 피부과 전문의들이 분포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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