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인력 부족과 인프라 붕괴가 맞물려 지방 환자들의 원정 진료가 고착화하는 가운데, 지역암센터들이 맞춤형 다학제 진료와 전문성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폐암환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해 연간 4조6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데 따른 대응책이다.
최근 열린 대한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KALC IC 2026)에서 발표된 통계는 지역 의료의 뼈아픈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영남대병원 안준홍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국 407개 병원 의사 2만3000여 명 중 30%인 7000명이 ‘빅5’ 병원에 집중됐다. 병상 역시 22%가 수도권 대형병원에 쏠려 있다.
폐암수술의 자체 충족률을 보면 광역시는 80% 선을 유지하지만 경북, 충북, 전남 등 도 단위 지역은 크게 저조한 실정이다.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돼 발생하는 교통비, 숙박비, 간병비 등 사회적 비용은 연간 4조 6000억 원 규모다.
안 교수는 “일본은 연간 1000명의 폐암 신환을 초과하는 병원이 전국에 2~3곳에 불과할 정도로 분산이 잘 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빅5 병원이 전체 폐암 환자의 3분의 1을 독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수 의료 인력 부족과 임상시험 접근성 격차, 그리고 서울 대형병원이 무조건 낫다는 맹목적 인식이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역암센터들은 자구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충북대병원 김도훈 교수(흉부외과)는 지역 병원에 대한 환자들의 낮은 신뢰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 기반 리더십’과 ‘충북형 폐암 다학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환자 수나 거대 인프라, 언론 홍보로는 수도권과 경쟁할 수 없는 만큼, 연구 역량을 끌어올려 표준 진료를 철저히 수행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기적인 다학제 진료를 통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환자와 충분히 토론해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다만 흉부외과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인프라 투자와 의료진 장기 체류를 유도할 제도적 인센티브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환자들의 인식도 간판보다는 실질적인 치료 전문성에 쏠려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김용협 화순전남대병원 교수(방사선종양학과)가 폐암 및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수도권 대형병원을 고려하는 주된 이유는 단순한 ‘병원 명성’이 아니라 ‘더 전문적이고 우수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지역 병원을 선택한 환자들은 ‘지역에서도 충분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를 1순위로 꼽았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진에 대한 굳건한 신뢰와 치료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라며 “지역암센터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하고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통합 진료 체계를 구축해 환자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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