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기관에 의사나 간호사가 비면 큰일이고, 약사 빈자리는 아무렇지 않은가?”
한국병원약사회(회장 정경주)가 정부의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정책 흐름 속 직능 인정을 위해 국책연구를 들고 나왔다. 의료기관 종별로 최소 몇 명의 약사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국회와 정부에 인력기준 제도화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15일 병원약사회 임원진은 윈덤그랜드부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성과와 계획을 밝혔다. 병원약사회 근거는 이날 ‘병원 약제부서 관리자 역량 강화 교육’에서 최초 공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연구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진행된 해당 연구는 실제 업무량을 반영한 의료기관 약사 배치 기준을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상 규정보다 강화하는 제안을 담고 있다.
일례로 ▲상급종합병원 : ‘입원환자 30명당 1명’→‘입원환자 25명당 1명(최소), 입원환자 20명당 1명(권고)’ ▲요양병원 : ‘1인 이상 약사 또는 한약사’→‘입원환자 100명당 1명(최소), 입원환자 80명당 1명(권고)’ 등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경남 총무이사는 “의사와 간호사는 인력기준을 입원환자 수에 비례토록 규정하는데, 약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마약류 관리 약사도 지정하라고 하면서 적정 기준은 없다”고 연구의 배경이 된 현실과 기준의 괴리를 지적했다.
보사연은 적정 인력기준 실현을 위한 장치로 상급종합병원 지정 요건에 약사인력 기준 반영, 전담인력 확보 및 인력 수에 따른 건강보험수가 차등 지급 등을 제시했다. 의료기관뿐 아니라 정부에도 약사 고용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경주 회장은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받을 수 있는 치료는 수술과 약물 두 축으로 구성된다”며 “약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의사와 간호사, 약사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령상 의무 확보 및 전담·상주를 요구받는 직역은 의사, 간호사뿐 아니라 약사도 포함돼야 한다”면서 “그래야 의료기관이 목표하는 치료를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고, 의료기관 개별 노력에 기대면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황보영 수석부회장은 “병상 증축, 병동 폐쇄 등 정책 기준은 주로 간호인력 등을 비롯한 의료진이다. 그러나 약사가 비는 것은 왜 상관하지 않냐”고 비판했다.
“의료기관 약사 고용 편차 심화…인력 많아져야 신규인력 유입되는 선순환 가능”
의료기관 손에 오롯이 약사 채용을 맡긴 결과는 천태만상이다. 정경주 회장은 “2010년 의료법 시행규칙 이후 시간이 흘러 지역마다 의료기관 크기 및 약사인력 편차가 너무 커졌다”며 “지방 소재 병원은 정원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영희 고문은 “반면 정원의 4배 이상을 고용하는 등 자체적으로 높은 인력기준을 가진 병원들도 있다”며 “현재 법령상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연구 결과를 국회·정부에 제시하기 전에 내부 공감대 형성도 필요한 상황이다.
“개정 기준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회원들이 처한 각자 상황을 헤아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정 회장은 설명했다.
병원약사회가 공감을 얻어내야 할 상대는 정부·국회뿐 아니라 병원 경영진도 있다. 정경주 회장은 “병원 경영을 전환하는 방향성이니 쉬운 작업은 아니다”면서도 “법정 기준만 채우려고 하다보면 병원약사 이직률이 높아 결국 정원 미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처음은 어렵지만 순차적으로 시행하거나 기한을 넉넉히 부여하는 방법 등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병원에 약사가 많이 모여 있으면 약사들의 병원 진입도 쉬워진다. 선순환 물길을 만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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