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도 위태…“뇌종양 전임의 지원 단 3명”
김긍년 이사장 “국내 중증·응급 뇌(腦) 수술 전문인력 부족 심화” 경고
2026.10.17 05:27 댓글쓰기



국내 신경외과 필수의료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향후 중증·응급환자 치료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뇌종양과 뇌혈관 등 고난도 수술을 담당할 젊은 의사들이 급감하면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신경외과학회는 1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66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중증·응급 신경외과 최종치료 역량 유지를 위한 8대 핵심 정책을 제안했다.


학회는 2022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뇌혈관 응급수술 인력 부족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김긍년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척추신경외과)은 “2022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신경외과 뇌혈관 질환 수술이 굉장히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며 “4년이 지난 지금 신경외과와 뇌혈관 분야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보고, 제도 개선을 위해 학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학회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고난도 뇌수술을 담당할 전문인력의 감소다.


학회가 전국 89개 수련병원을 조사한 결과, 국내 뇌종양 전담 전문의는 101명이며 실제 뇌종양만진료하는 전문의는 약 50명으로 추정됐다. 전담 전문의 68%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특히 뇌종양 분야 전임의 1년차 지원자는 2018년 9명에서 2025년 3명으로 줄었다. 전임의 수련 후 새롭게 배출되는 인력은 연간 6명에 그치는 반면, 향후 5년간 필요한 인력은 37명이다.


“현재 고난도 뇌종양 수술은 50~60대 이상 교수들이 상당 부분 담당”


김주한 대한신경외과학회 미래기획위원장(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은 “뇌종양 수술을 선택하는 젊은 의사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현재 고난도 뇌종양 수술은 50~60대 이상 교수들이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된 뇌수술 전문의를 양성하려면 인턴 과정부터 약 15년이 걸린다”며 “지금부터 준비하더라도 15년 뒤에야 숙련된 의사를 배출할 수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정책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뇌수술보다 척추 분야를 선택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단순한 소득 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처음에는 뇌수술을 하겠다고 신경외과에 들어온 전공의들도 수련을 마치면 척추 분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수술에 따른 심리적 압박과 형사처벌 가능성 등 법적 불안감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회는 필수의료 전임의를 대상으로 한 국가 지원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단순히 급여를 보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해외 학술대회 참가와 연구활동, 논문 작성 등을 지원하고, 수련 이후 지역 거점병원 등에서 근무할 수 있는 경력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근무시간 밖 응급수술 빈번한데 보상은 턱없이 부족”


고난도 수술에 대한 낮은 보상체계도 주요 문제로 지목됐다.


학회에 따르면 현행 행위별 수가체계에서는 수술 난도와 소요시간, 실제 투입 인력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장시간에 걸친 고난도 수술을 시행할수록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특히 고령환자의 척추 재수술이나 척추종양 수술 등은 수술시간이 길고 합병증 위험도 높지만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준재 상대가치위원장(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은 “척추 재수술은 일반적인 수술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고 위험도도 높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전문병원에 대해서는 수술 중증도를 반영한 수가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승훈 분당차병원 교수 역시 신경외과 필수의료 인력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근무시간 외 응급수술과 고난도 수술에 대한 저평가를 꼽았다.


신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해진 근무시간에 일을 하지만 신경외과 의사들은 근무시간 외에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돌아와 응급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에 대한 보상이 너무 낮다는 것이 문제이고, 후배들이 이 분야를 선택하지 않으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경외과에는 뇌종양과 뇌혈관, 척추 등 고난도 수술이 많지만 수술의 가치를 인정받는 수준은 낮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20년 뒤에는 중증 응급환자를 수술할 인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증·응급질환 공공정책수가 신설과 척추수술 중증도 반영 수가, 대기당직 수가 및 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신경중환자 전담진료체계 구축도 추진한다. 수술 집도의와 중환자 전담 전문의가 역할을 분담하는 ‘세미클로즈드 ICU(Semi-closed ICU)’ 모델을 도입하고, 관련 교육·인증체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조광욱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는 “신경외과 환자를 담당하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라면 뇌질환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응급수술 필요성과 적절한 수술 시점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학회 차원에서 관련 교육과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김긍년 이사장은 “현재 중증·응급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의료행위를 구분하고, 12개 중대 과실이 신경외과 진료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며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가 실제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적용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학회는 소아 중증·응급 신경외과 환자의 신속한 전원을 위한 지역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도 제안했다.


경기남부 19개 시·군과 인천광역시를 대상으로 고려대 안산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이 참여하는 책임전원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황준규 정책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는 “소아 중증·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전원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기반의 시범사업을 제안하고 있다”며 “현재 정부와 협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시행 여부와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신경외과학회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필수의료 인력 확충과 수가 개선, 의료사고 법적 보호 등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대외 소통을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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