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의약품 원료 자급률을 높이고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원료 직접 생산 의약품 약가우대 제도가 엄격한 인정기준으로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도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인정 범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실제 우대 요건을 충족하는 제약사가 한 곳도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선희 의원(조국혁신당)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원료 직접 생산 의약품 약가우대 제도 운영 실태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백 의원은 “보건은 국가 안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원료 자급화, 공급망 안정화는 매우 중요한 문제고, 이를 위한 제도 중 하나가 원료 직접 생산 의약품 약가우대 제도”라고 말했다.
해당 제도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해외 원료의약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 경험을 계기로 의약품 원료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비상상황에 대비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논의됐다.
그는 “국가 비상상황에서 의약품 원료를 확보하지 못하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핵심적인 안전장치로 이 제도가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도 운영 과정에서 일부 기업의 악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규정이 개정됐고, 원료 직접 생산 인정 범위가 완제품 허가권자 자신의 제조소로 제한됐다는 것이 백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기준 강화가 제도 운영의 실효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기업들의 악용 우려로 인정 범위를 축소했지만, 완제품 허가권자 자신의 제조소로 지나치게 제한한 것 같다”며 “현재 이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평원이 관련 기업의 현황과 제도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지 질의하면서, 현행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이 없더라도 원료 직접 생산 관련 기초자료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 악용 방지보다 공급망 안정이 우선”
백 의원은 제도 악용 방지를 위한 규제 강화가 의약품 공급망 안정이라는 당초 정책 목적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부분을 차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 우려 때문에 기준을 지나치게 강화하면서 정작 제도에 부합하는 기업이 하나도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약품 원료 자급화 문제를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닌 국가 보건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 의원은 “감염병 대유행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른다”며 “국가 비상상황에서 의약품 원료를 확보하지 못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료 자급화와 국가 공급망 안정은 필수적인 문제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홍승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관계기관과 함께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원장은 “이러한 제도를 처음 시행했을 때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관협의체와 관계기관 등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점검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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