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절개술 중 기도관을 잘못 삽입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항소심이 병원 측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1심과 달리 반복적인 잘못된 삽관과 기존 기관내관의 조기 제거도 과실로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박석근)는 최근 망인 A씨 유족 3명과 국민연금공단이 B병원을 운영 C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총 6672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8년 9월 당시 63세였던 A씨는 두통과 구음장애, 안면마비로 B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뇌동맥류 파열로 뇌출혈이 발생해 뇌실외배액술과 코일색전술 등을 받았다.
이후 의료진은 A씨의 호흡기 합병증 예방을 위해 기관절개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기존 기관내관을 제거하고 기관절개관을 삽입한 직후 산소포화도가 79%까지 떨어졌다. 의료진이 여러 차례 삽관을 시도했지만 산소포화도가 회복되지 않았고, A씨는 결국 심정지로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는 기관 앞쪽과 연조직 사이에 길이 약 8cm의 거짓통로가 발견됐다. 기관절개관이 정상 기도 밖으로 삽입되면서 형성된 통로다.
국과수는 기관절개관이 이 통로에 적어도 두 차례 이상 삽입됐고, 약 30분 이상 적절한 기도 유지가 이뤄지지 않아 저산소성 손상과 심정지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족들은 의료진이 기관절개술 과정에서 기도관을 제대로 삽입하지 못하고 기도 확보 등 필요한 조치를 소홀히 해 환자가 사망했다며 병원 측에 총 1억5427만5433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국민연금공단도 유족에게 지급한 연금 1467만3570원에 대해 별도로 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흡인조치 미흡 인정…항소심은 삽관 과실도 인정
1심은 기도관 삽입 과정과 기도 내 혈액·가래 제거 조치를 구분해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거짓통로 형성 및 진입사실만으로는 이를 예방‧교정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반면 흡인조치에 대해서는 “의료진으로서는 흡인을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흡인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과실과 환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병원 측에 총 1억503만2942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국과수 부검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기관절개관 삽입 과정에서도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해 기관절개관이 기관 내강이 아닌 기관과 연조직 사이의 거짓통로를 통해 삽입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관절개관 삽입에 실패할 경우 기존 기관내관을 다시 밀어 넣어 기도를 확보해야 하지만, 의료진이 이를 먼저 제거해 신속한 기도 확보에 실패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반복적인 잘못된 삽관에 따른 기도 자극 등을 근거로 기관절개술 과정에서 예측불가능한 갑작스러운 기관연축이 발생했다는 피고 주장을 기각했다. 다만 항소심은 의료과실 인정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손해배상액은 감액했다.
환자가 기관절개술 이전부터 뇌동맥류 파열과 재출혈로 의식 저하 및 사지마비 등이 심각한 상태였고, 이미 노동능력을 전부 상실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인정한 일실수입은 제외하고 기존 질환 중증도를 고려, 기대여명을 5년으로 산정하면서 일실노령연금 배상액도 줄였다.
항소심은 병원 책임비율을 60%로 유지하면서 배우자에게 2585만7142원, 자녀 2명에게 각각 1890만9297원, 국민연금공단에 304만8858원을 지급토록 했다.
결국 의료진 과실 인정 범위는 넓어졌지만, 환자 기존 건강상태를 반영한 손해액 재산정으로 최종 배상액은 6672만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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