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붕괴와 의료과오 의사 '형사처벌'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 "특별법 통해 기소 제한 필요"
2022.12.21 11:32 댓글쓰기

"변호사 시절 의료사고 형사재판 중 의사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소극 진료가 아닌 적극 진료를 장려하고 환자와 의사 모두 살리기 위해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21일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의사협회가 마련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 중인데, 핵심은 '필수의료를 제공 받은 환자에게 사상(死傷) 의료사고 발생 시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해 기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용 범위는 중증·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진료·처방·투약·외과적 수술, 위험도 높은 수술,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처방 투약· 외과적 수술, 분만 과정에서 산모 및 신생아에 대한 의료행위 등이다.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이 추진되는 이유는 필수의료 붕괴 주요 원인으로 '의료과오 형사처벌화'가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필수 의협회장 "필수의료과 전공의 낮은 지원율=형사처벌 밀접한 연관"


이필수 의협회장은 "최선의 의료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나쁜 결과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필수의료 진료과목 전공을 꺼리는 의사들이 많다"며 "올해 전공의 지원율이 이를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업무상과실치상죄 건수 중 전문직 비율은 22.7%인데, 전문직 중 의사 비중이 73.9%였다. 의사 752명 중 평균 336명이 기소된 것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가 시행된 2012년과 비교하면 업무상과실치상은 3557%, 업무상과실치사 192.7% 증가했다. 검찰 입건송치건수도 10.7%, 과실치사상죄 제1심 형사재판도 10.5% 늘었다.


기피진료과 또는 의사 수가 비교적 많은 진료과의 경우 상해나 사망으로 인한 의료분쟁이 많았다.


과목별 신청건수 대비 사망 의료분쟁 건수 비율을 보면 흉부외과 53.4%, 내과 44.3%, 응급의학과 37.3%, 가정의학과 26.5%, 외과 26.3% 순이었다. 


해외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형벌화 현황을 비교해보면 영국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중과실치사로 인한 경찰 접수 151건 중 의사는 37명 포함됐다. 


미국에선 의료행위 관련 중과실치상 사건의 경우 약물 과다 처방 및 사용 위반이 다수를 차지했고, 수술 또는 술기상으로 처벌을 받는 사례는 전무했다. 


일본과도 비교가 된다. 1997년부터 2019년까지 23년간 의료행위 관련 부적절 조치 202건 중 형사재판 당사자 의사 및 치과의사 120명, 간호 직종은 82명에 불과했다. 


의사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형사재판, 한국 354건 vs 일본 60여건


김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의사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인한 형사재판이 354건이지만, 일본은 23년 동안 120건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미뤄볼 때 의료과실로 인한 형사적 처벌보다 손해배상과 면허관리 기구를 통한 행정처분이 필요하다"며 "고의나 중과실 없이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인을 기소하거나 무분별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상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총무이사는 "20년 넘게 분만을 해왔는데 산부인과는 형사처벌에 대한 공포가 그 어느 과보다 크다"며 "판결을 보면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두루뭉실하게 지적하는데, 의사가 24시간 환자 옆에 붙어서 케어하라는 건지 의료현장을 전혀 모르는 비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산부인과는 중과실 발생 위험이 큰 진료과이기에 전문 의사를 육성하는데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고 지원해줘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모럴 해저드 위험을 거론하며 외면하는데, 전문가로서 열심히 진료하는 의사로서 자존심이 상하고 이런 상황에서 신규 의사가 오길 바라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도 "의료과오가 인정되더라도 개인에 대한 민사책임을 물면서 동시에 의료인에게 사회 책임까지 물을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가 형벌권이 과도하게 발동되면 고위험 진료 기피 현상이 초래되고, 고위험 진료가 많은 필수의료 인력 감소는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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