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 정부가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체계 강화’란 기치 아래 관련 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의대 정원 확대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결정하고, 본격적인 규모 논의에 나섰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수요조사와 더불어 권역별 간담회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2024년 1월 중으로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 의료계는 적극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20년을 회자하며 총파업 등 투쟁까지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투쟁을 위해 결성한 조직 인선을 두고 지역의사회와 전공의들 반발이 이어지며 의료계 내부에서부터 혼선을 빚는 모습도 관측된다. 한편에서는 지자체와 지방대학이 의대 또는 과기의전원 신설을 연일 요구하고 있다. 20~30년간 의대 신설을 염원한 이들은 의대 증원 논의가 가장 활발한 지금을 적시로 보고 궐기대회를 비롯해 삭발식 등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 반응은 명확하지 않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지금까지 정부 행보와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 반응을 살펴보고, 향후 의대 증원 규모를 가늠해봤다. [편집자주]
전국 40개 의과대학은 2030년 총 7000명에 달하는 입학정원을 원했다. 현재 의대 입학정원인 3058명의 두 배가 넘는다.
2025년 의대 증원을 앞두고 정부가 각 의대에 희망하는 정원을 물어본 결과다.
의료계는 수요조사를 실시한 정부에 “여론몰이용 졸속 조사”라며 즉각 비난에 나섰지만, 정부는 “확대 가능한 증원 규모를 알 수 있는 과학적 근거”라고 반박하며 정면충돌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21일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는 지난 10월 27일부터 40개 의대에 공문을 배포하고 희망하는 증원 규모의 최소치와 최대치를 기입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여기서 최소치는 각 대학이 교원과 교육시설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만으로 충분히 양질의 교육이 이뤄질 수 있어 바로 증원이 가능한 규모를 말한다.
최대치는 대학이 추가 교육여건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제시한 증원 희망 규모를 의미한다.
이처럼 최소수요와 최대수요를 각각 조사한 이유는 현재 증원 여력이 있는 대학은 2025학년도 정원에 우선 고려하기 위해서다.
복지부는 지난 10월 26일 발표한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 계획’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증원을 희망하지만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할 경우 투자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해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요조사 결과는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시행하겠다고 단언한 2025학년도 기준 각 의대의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최대 2847명으로 집계됐다.
당장 1년여 뒤 현재 의대 입학정원인 3058명에서 70.3~93.1%만큼 늘리길 바란 셈이다.
수백명 증원에도 목에 핏대를 세운 의료계는 물론, 조심스럽게 1000명 이상을 언급했던 정부 역시 당황할만한 수치였다.
이번 수요조사에서 각 대학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늘려나가는 안도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2026년 137~210명, 2027년 161명~362명, 2028년 200명~277명, 2029년 70명~186명, 2030년 19명~71명씩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대학들은 2030학년도 입학정원을 지금보다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이 늘어난 최대 7011명으로 요구한 것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의학교육점검반장은 “대학이 추가 투자를 통해 현(現) 정원 대비 2배 이상까지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며 “정부는 수요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2025학년도 정원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폭 증원 희망한 국립·미니 의대 “교원은 충분”
정부는 그간 국립대와 입학정원 50명 이하의 ‘미니 의대’ 중심의 증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니 의대를 확장하는 것은 복지부 방침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지방 의대의 확대”라며 “그다음 복지부로 이관된 국립대병원의 국립대 의대 정원을 확대도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대와 의대생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서울은 8개 의대에 입학정원이 총 826명에 달하지만, 전국 시·도 중 입학정원이 두 번째로 많은 강원도 4개 의대는 267명으로 서울 대비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전남과 세종에는 의대가 없으며 울산과 제주는 각각 40명, 충북과 인천은 각각 89명에 불과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역 국립대와 미니 의대들은 과감한 입학정원 확대를 요구했다.
정부는 각 대학이 희망한 수요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다수 언론보도를 통해 일부 대학의 구체적 수요가 드러났다.
이를 종합하면, 입학정원 40명인 건국대(충주)와 가천대가 모두 80명으로 두 배 증원을 희망했다.
단국대(천안) 40→80~100명, 순천향대 93→최소 100명, 을지대 40→최대 120명, 인하대 49→100명, 가천대 40→80명, 차의과대 40→80명, 강원대 49→100명, 동국대 경주 49→80명, 경상국립대 76→최소 120명 등으로 정원 확대를 요구했다.
국립대인 A의대 관계자는 데일리메디와 통화에서 “언론에 보도된 수치가 맞다”고 인정하며 “지역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부족분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만큼의 입학정원을 요구했다. 말 그대로 진짜 필요한 인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5학년도 수요가 실제 부족분을 다 반영한 것은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보면 우리 지역에 그보다 훨씬 많은 정원이 필요하다. 나머지 필요한 정원은 2026학년도부터 추가적으로 확보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B의대 관계자는 “무작정 희망하는 인원을 적어 낸 게 아니다.
우리 대학에서는 강의나 실습 등을 위한 시설 여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전했다.
C의대 관계자도 “시설을 확충하지 않아도 수업은 가능하지만, 실제 증원이 이뤄지면 어떤 식으로든 시설 투자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수 대학은 교원 여력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입학정원 50명 이하인 C의대 관계자는 “전임교원의 수는 이미 충분하다. 학생수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당장 2배로 늘려도 교육하는 데 전혀 지장 없다”라고 말했다.
D의대 관계자는 “수업은 지금 의대 교수진으로도 크게 부담없다. 다만 학생 지도와 역량 강화 차원에서 추가 채용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政 “수요조사 결과는 참고자료일 뿐”
복지부는 수요조사 결과 발표 이후 타당성을 점검하기 위해 교육부와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하고 현장 방문에 나섰다.
복지부는 관계자는 지난 12월 7일 “영남권, 호남권(제주 포함), 수도권 등 3개 권역으로 권역별 간담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늦어도 2024년 4월경까지 의대 증원안을 교육부에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복지부는 이르면 1월에 의대 증원 논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요조사 결과에 비해 최종 증원 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열려 있다. 수요조사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 간 지표, 정책들을 두루 고려해 규모를 정할 것이다. 수요조사는 정책 결정 과정의 참고자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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