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지켜라' vs '입성 저지' 대리전 양상
의협회장 보궐선거 후보등록 마감, 오늘(19일) 첫 정견발표회 관심
2014.05.18 20:00 댓글쓰기
 

 

임기 10개월여 남은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 과연 회원들은 누구에게 본인의 표를 허락할까.

 

제38대 회장 선거 시계가 빠르게 흐르고 있다. 노환규 전 회장 불신임으로 공석이 된 회장 선거는 최종 박종훈(고려대안암병원 교수 ), 유태욱(가정의학과의사회장 ), 추무진(의협 정책이사 ) 3파전으로 치러진다.

 

다만, 이번 선거가 ‘노환규’를 지키느냐, 막느냐의 치열한 싸움이 될 공산이 커져 벌써부터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혹자는 “출마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의 인물이 선거의 ‘최정점’에 있다. 보기드물 정도로 기이한 현상”이라 평했다.

 

"대화합" 천명하지만 대리전 선거구도

 

의협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분열과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세 후보 모두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 의료계를 화합으로 이끌 것이라 힘주어 말하는 이유다.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힌 박종훈 후보는 “지금은 의협의 혼란을 수습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면서 “내부 분열은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랐다”며 출마 배경을 밝혔다.

 

유태욱 후보도 “법적소송이 진행 중인 현 상황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의료계 단면을 극명히 드러내는 것”이라며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추무진 후보 역시 “추천서를 받는 과정 중 느낀 것이 혼란스러운 현 상황을 하루빨리 추스려야 한다는 점이었다”며 3인 모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를 잠재울 만한 적임자인가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세 후보에 대한 시각을 보자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개원내과의사회 한 임원은 “비록 짧은 임기의 회장이긴 하지만 자질과 면면을 보면 세 후보 모두 아쉽다”며 “더욱이 노 전 회장의 ‘대리전’ 논란까지 일고 있어 선거 막판까지 개개인의 정책 검증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유태욱 후보도 본인을 포함한 후보자들을 두고 “보궐선거라는 특성에 기인해 명망 있는 후보자가 입후보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투표율·지지세력 변수…"정책검증 소홀해지나" 우려 제기

 

우선 박종훈 후보의 경우, 이번 선거에 ‘노환규 전 회장 심판론’으로 승화하는 기류가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 전 회장과 깊은 갈등 국면에 있는 회원들의 표를 어부지리로 얻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현 전 서울시의사회장 등 측근들을 포함해 평의사회, 가깝게는 의협 플라자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부 의사들이 직간접적으로 박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박 후보 선거캠프에도 이들의 참여가 유력시 된다. 그는 앞서 “노 전 회장의 가장 큰 잘못은 의료계 내 분열주의를 드러냈다는 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물론, 대학에서 이례적으로 회장 선거에 출마한 만큼 교수들과 전공의들에게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박 후보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얼마나 참여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수 년 전부터 의협에 염증을 느낀 교수들이 적지 않다”며 “대학병원 교수들이 변화를 원한다면 이번 보궐선거에 적극적인 표를 행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그 동안 교수들은 의협 회장 선거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원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의협에 직접 후보로 나서기는 커녕 투표 자체에 무관심한 이들이 지금도 상당 수다.

 

추무진 후보 ‘우세론’은 노 전 회장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부산, 경남, 제주 지역 등에서 표심을 얻을 것이란 전망에서 탄력을 얻고 있다.

 

‘노환규 전 회장=추무진 후보’라는 공식 아래 직접적인 표로 연결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려우나 노 전 회장에 대한 지지율은 아직까지도 견고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석이다.

 

물론, 지난 2012년 당시 노환규 대표를 의협 제37대 회장으로 당선시킨 일등공신인 전의총에서 적지 않은 노 전 회장의 지지자들이 돌아섰지만 아직까지도 그를 ‘원하는’ 회원들이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 전 회장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방상혁 전 기획이사를 대변인으로 한 선거캠프는 전공의들에게도 지속적으로 표심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 3만5000명 예측 속 후보별 표심 공략 관건

 

처음으로 온라인투표가 진행되는데다 선거권이 당초보다 확대돼 만약 유권자가 3만5000명에 이른다고 가정하면 추 후보 득표율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선거인명부 확인 시작부터 줄곧 도마 위에 올랐던 입회비 미납을 포함, 선거권 제한 문제가 해결되고 투표율만 높다면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유력 후보로 지목받을 수도 있다.

 

그 가운데 유태욱 후보는 현재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이라는 이력 외에 스펙트럼이 넓지 않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노 전 회장을 기점으로 한 대결의 격전장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단 기간 내 임팩트를 주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바닥 민심’부터 읽겠다는 전략을 세우면서 잰걸음을 걷고 있다. 유 후보는 스스로 개원지를 여러 번 옮겨야만 했던 고충을 토로하며 지금도 평범한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사라고 몸을 낮추고 있다.

 

유 후보는 “개원가 선생님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뼈저리게 잘 알고 있으며 미래가 불안한 젊은 세대 선생님들 역시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길이 어둡다”고 의협 정체성 확보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노 전 회장을 직접 겨냥하는 모습은 향후 선거전에서 추무진 후보에게 맞불 작전으로 갈 소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 후보는  “추 후보가 출마를 하는 것이야 자유지만 불신임 당한 회장이 선거관리대책본부장을 맡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유 후보는 “의협 최고 의결기구가 대의원회다. 그런 대의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부정하고 가처분신청을 하며 혼란을 야기한 노 전 회장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시기에 후보자를 내세우고 선거대책본부 위원장까지 맞는 대리전 선거를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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