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금고형 이상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으면서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연간 금고형 이상의 선고를 받은 의사는 30여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해당 법이 시행될 경우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집단휴진과 백신접종 중단 등 초강수를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
의협뿐만 아니라 대부분 의사단체들도 잇달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다른 직역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의사들은 “직업적인 특성상 악용될 소지가 너무 많은 법”이라고 우려했다.
22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임원인 A씨는 “비의료적인 형사처벌은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의사에게 치명적이다”면서 “지금도 의료현장에선 악용되는 사례가 적잖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A의사가 지적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성범죄 무고’다. 산부인과 등 일부 진료과는 환자 몸을 의사가 손으로 만지면서 진찰해야 한다. 민감한 부위에 대한 접촉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진료행위 특성으로 인해 성희롱, 성추행으로 이어지는 일이 적잖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A씨는 “산부인과 의사가 오진을 했거나, 신생아가 문제를 안고 태어난 경우 의사에게 감정적인 보복을 하는 일이 적잖다”며 “실제로 의사가 성추행을 했다고 하거나 불법인 태아성별 감별을 해줬다며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진료과도 이런 사례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암진단을 늦게했다고 항의했다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후, 초음파 진찰 과정에서 성추행 했다고 의사를 고발한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의사-환자 관계 뿐만 아니라 의사-의사 간에도 해당법을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A씨는 부연했다.
A씨는 “개원가에는 동업해 개원하는 의사들도 많은데, 동업관계가 깨지면서 사이가 틀어진 의사들이 사기, 의료법 위반 소지 등으로 고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단 법정싸움을 시작하면 타격을 입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이어 “일반범죄와 달리 중범죄에 대해선 면허취소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데, 성범죄의 경우 의료기관 취업이 일정기간 금지되고 있어 추가 입법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변호사는 범죄를 다루는 특수성을 반영해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고, 국회의원의 경우 국민정서상 준엄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며 “다른 전문직들도 있지만, 의사의 경우 업무특성상 해당 법이 원래 취지를 훼손할 위험성이 너무나도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