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에 불합리한 근무 강요받는 '공중보건의'
대공협 '수당도 없는 등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근거 보호 대책 마련 시급'
2019.10.30 06:0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폐쇄적인 환경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이 폭언·폭행 행위를 비롯해 불합리한 근무를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조중현, 이하 대공협)는 의과 공중보건의사가 진료 도중 환자에게서 폭언·폭행을 당하고 대가 없는 초과근무를 하는 사례가 다수 민원으로 접수됐다고 29일 밝혔다.
 
환자 폭언, 폭행, 위협은 주로 진료 과정에서 공보의가 처방 변경 및 단기 처방, 외부 의료기관으로의 검사 의뢰를 하는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공협이 공개한 한 민원 사례에서는 “공보의가 기존 약으로 환자의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외부기관 검사를 권유했더니, 환자가 공보의에게 ‘약을 달라면 줄 것이지 무슨 말이 많냐’, ‘나이도 어린놈이...너 뭐하는 놈이야’ 등의 폭언을 하며 멱살을 잡았다”고 밝혔다.
 
해당 공보의는 법적 조치를 고려하며 보건소에 협조 요청을 했으나, 보건소 측에서는 민원이 생기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기존 약 처방을 권유하고 별다른 중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공보의들은 수당 없는 초과근무, 당직 등 근무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경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공협에 따르면 특히 섬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보의의 경우 정규 근무시간 외 환자 내원 시에는 응급환자만을 진료하도록 되어있으나, 감기 근육통과 같은 가벼운 질환 진료를 강요받고 있으며 지역 여건상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공협은 "섬에서 근무하는 대다수 공보의는 24시간 응급대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인정시간으로 산정받지 못하고 있다. 새벽에도 내선 전화를 핸드폰과 의무적으로 연결해 사실상 '온콜 당직'을 매일 밤 서며 만성적인 수면부족과 스트레스를 호소하지만 이에 대한 당직비 역시 전혀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안에 대해 대공협은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시정된 내용은 전무한 실정이다.
 
조중현 대공협 회장은 "도서 산간지역의 의료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배치되는 공보의들이 오히려 위험에 처하고 있다. 이는 공보의 개인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대공협 관계자는 “이런 사례는 공보의의 길고 긴 3년의 복무 동안 한 번도 겪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빈발한다. 폭언과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된 공보의들은 결국 두려움과 공포로 의학적 판단과는 무관하게, 때로는 그것이 최선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환자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상급기관에 문의하거나 외부에 협조 요청을 하더라도 관례라는 이름으로 지속된 지역사회 여건을 공중보건의사 개인이 바꾸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대공협은 “문제가 발생한 곳에 유효한 행정적 패널티가 없어 최약자인 공보의가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방치되는 지역에 공보의 배치 불이익과 같은 행정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자체 내에 계속 근무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공보의들이 해당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수 있도록 공익제보와 같은 형태로 고충민원을 제기한 공보의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보의를 향한 폭언·폭행 행위 근절과 적절한 진료를 통한 지역 건강증진을 위해 대공협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공협은 “특히, 10월 24일 시행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제12조 제2항에서 '보건의료기관의 장은 보건의료인력등에 대한 폭언ㆍ폭력ㆍ성희롱 등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인권침해 대응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대공협은 폭언·폭행과 관련된 공식적·비공식적으로 제기된 사례 외에 불합리한 행정 처분에 대해 전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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