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협의 후 오히려 방향·동력 잃은 의료계
집행부 내홍 확산 3월 총파업 변수…의협 비대위원 대부분 사퇴
2014.02.19 20:00 댓글쓰기

숨 가빴던 의료계와 정부의 5차례 의료발전협의회 결과물은 무엇일까.

 

지난 1월 11일 총파업 출정식 이후 ‘의료제도 바로살리기’라는 기치를 내걸었던 대한의사협회가 사실상 방향성과 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것은 아닐지 심각히 우려된다.

 

보건복지부 및 의협 협상단으로 꾸려진 의료발전협의회가 18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의료 등을 포함, 한 달 보름여 간 도출한 협의 결과를 발표한 이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같은 날 “의정협의체의 협의 결과는 무효일 뿐만 아니라 의협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노환규 회장의 ‘선언’이 시발점이 돼 급기야 비대위 해체로 번지면서 총파업 일정에도 제동이 걸렸다.

 

의협 회장·협상단 대표 같은 날 별도 상반된 기자회견 '아이러니'

 

비대위원장, 부비대위원장 등을 포함해 총18명의 비대위원 중 14명의 사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유야 어찌됐던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왔고, 당장 투쟁 국면으로 전환시켜 비대위를 이끌기 위해선 빠른 시일 내 동력이 확보돼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이지만 내부 이견이 대립으로 비춰지는 등 내홍을 수습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의협의 공식 입장이 맞다', '아니다'를 두고서 아직도 노환규 회장과 협상단이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투표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의심(醫心)은 격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9일, 노 회장과 임수흠 협상단장의 기자회견이 각각 2시간여 간격으로 열려 내부 진통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여전히 노 회장이 협상단이 실수를 한 것이며 협박에 가까운 복지부의 압박이 영향을 끼쳤다고 해석하는 대목이다.

 

노 회장은 "협상단은 최종 협의문을 비대위와 상의해 작성해야 했으며 정부가 '합의'로 오해받을 수 있는 문건들은 최종 협의문에 포함하지 않았어야 했다"며 "협상단은 이 과정에서 실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 회장은 "정부의 전략에 이용당했다"고 표현하면서 "정부의 구체적이고 확고한 의지표명이 없는 한 신뢰할 수 없는 불투명한 약속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여전한 시각차…미묘한 분위기 속 자극적 표현 자제

 

하지만 임수흠 협상단장의 평가는 달랐다. 그 역시 곧바로 입장을 발표했다.

 

임 단장은 "노환규 회장 주장대로라면 복지부가 제안한 안을 협상단이 수용하지 않을 시 기존 협의체 논의도 중단하겠다고 하면서 협박성에 가까운 압박을 했다는 것인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못 박았다.

 

임 단장은 "복지부가 시종일관 압박을 가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면 의협 협상단은 한꺼번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면서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밀어붙일 수도 없으며 그럴 권한은 더더욱 없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차기 비대위가 꾸려진다 해도 동력 확보는 물론 의사 결정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수흠 단장은 "협상단은 협의체 구성 이후 위임을 받아 성실히 논의에 임했다. 만약 주체들이 충분히 정상적인 과정으로 결론을 도출했다면 따르는 게 맞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임 단장은 "연이은 노 회장의 기자회견 등 일련의 행보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임 단장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노 회장과 협상단 간 이런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자극되는 말만 되풀이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만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성 강화 등 제도 개선 합의 醫·政, 추후 협의 전개 주목

 

협상단은 그 동안 논의는 돼 왔으나 뚜렷한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던 여러 과제들에 대해 정부가 지속적인 개선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일부 과제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까지 언급됐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전권을 위임받아 비교적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했다고 생각했던 협상단과 또한 이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노환규 회장 간 괴리는 추후 2기 비대위와의 구성 역시 험로를 예상케 한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문제는 앞으로다. 협상단이 나름의 성과라고 평가하는 과제들을 계속적으로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올린다고 가정했을 때 누가 주도적으로 나서겠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의협 대의원회 한 관계자는 “의협 협상단은 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협의결과를 공개했는데 의협 회장이 이를 두고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한다면 추후 어느 누가 협상에 임하겠나”라고 말했다.

 

모처럼 구성된 일대일 의정협의체의 협의결과를 놓고 내부에서 이토록 첨예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도 향후 의료계와 정부의 협상 전개 역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나침반을 잃고 표류하는 배처럼 의협이 어디로 가야할지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회원은 회원대로 방향 감각을 잃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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