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1년…뜨거운 보건의료
4대 중증질환 3대 비급여 적용·원격의료 추진 등 갈등 팽배
2014.02.21 20:00 댓글쓰기

박근혜 정부가 25일 출범 1주년을 맞았으나 보건의료계와의 관계가 악화일로다.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원격의료와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등을 놓고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과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발전협의회를 통해 원격의료 등을 협의, 결론을 도출하면서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의협이 협의 결과에 대한 찬반투표에 들어가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번 의협 투표는 과반의 참여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 결과에 따라 총파업(복지부는 집단휴진 또는 진료거부로 명칭)이 결정되면 현 정부와 의료계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의료산업화 정책으로 의-정 관계 최악


박근혜 정부가 의료산업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의료계가 또다시 파업 카드를 들고 나왔다. 2012년 포괄수가제(DRG) 사태 이후 2년도 안된 시점에서다.

 

현 정부 의료산업화 정책의 핵심은 원격의료 추진이다.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지역 주민 등을 대상으로 만성질환에 한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한다는 게 복지부 계획이다.

 

복지부는 동네의원 몰락을 방지하고자 원격의료 서비스를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하겠다고 했지만, 의료계 반응을 싸늘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추진에 강력히 반발해 총파업을 예고했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국민의 적정 진료를 방해하고, 동네의원 경영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결산 반대를 외쳤다.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계속된다. 복지부가 의료계 반발이 예고됨에도 원격의료를 추진한 배경에는 의료산업화에 대한 청와대의 관심이 주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간 수차례 원격의료 도입을 강조했다. 경제성장을 위한 중요한 개혁과제로 원격의료를 제시하는 등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처음부터 원격의료를 찬성한 것은 아니다. 복지부가 원격의료 도입을 검토한 것은 진영 전 장관의 검토 지시가 있었던 후부터다.

 

당초 복지부 내부에선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진 전 장관은 간부들에게 원격의료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복지부 내부에선 청와대 의지가 반영된 지시로 해석했으나, 관료 조직 특성상 일사불란하게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자 의협은 총파업(3월 3일 예고)으로 맞서며 실력 저지에 나섰고, 복지부는 의료계와 대화에 나섰다.

 

복지부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대화에 나섰고, 최근 원격의료를 국회에서 논의한다는 협의결과를 도출했다. 이 같은 결과물이 논란을 잠재운 것은 아니다.

 

의료계 수뇌부 사에서 이 결과물에 대한 인식 차가 극명하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원격의료를 수용해선 안 된다는 기본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가 수가 인상이라는 당근책으로 의료계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

 

실제 의발협 협의결과 발표 이후 의협은 수가 인상을 목적으로 총파업을 거론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의협은 지난 21일 일주일 일정으로 협의결과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투표 결과에 따라 의협의 총파업이 결정된다. 총파업 쪽으로 의료계 여론이 모이면 의정 관계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의료계 한 핵심 관계자는 "의료계 내부에서 이견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정부는 의료계가 수가 인상에만 주목한다는 뉘앙스를 보인다"며 "단언컨대 이번 논란은 원격의료가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전문가 양심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는 원격의료가 동네의원을 고사한다는 것은 과한 주장이며,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추진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은 보장성 강화와 의료산업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보장성 강화는 국민과의 약속인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로 축약된다. 복지 분야인 국민연금을 포함하면 보건복지 분야 3대 정책이 완성된다.

 

이들 정책이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되면서 박 대통령 대선 승리를 견인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취임 직후 공약 이행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쏟아졌다.

 

보건의료 분야는 현 정부의 1년을 뜨겁게 달군 주요 과제였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박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4대 중증질환 보장을 위한 세부 시행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별도 팀이 꾸려지고 대통령 최측근이자 판사 출신의 진영 국회의원이 복지부 장관 자리를 맡았다. 논란이 많은 보건복지 공약을 힘 있게 끌고 가라는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그러나 보건의료 공약은 시행 초부터 논란에 휩싸인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범위를 놓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공약 후퇴 논란이 일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공약 파기 주장이 터져 나왔다.

 

복지부는 2013년 6월과 연말 두 차례로 나눠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정책을 각각 발표하겠다고 공지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6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방안을 먼저 발표한다.

 

2013년 10월 초음파 검사 급여화를 시작으로 2014년 고가항암제와 영상검사, 2015년 수술과 치료재료, 2016년 유전자 등 진단검사를 차례로 건강보험 급여권으로 편입한다는 내용이다.

 

선별급여라는 개념을 도입해 비용 대비 효과는 다소 떨어져도 국민이 원하는 신의료기술은 본인부담을 차등화해 급여권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약 이행에 드는 약 9조원의 재원은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발표 이후 4대 중증질환은 100% 보장하겠다는 대선공약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일각에선 공약 수혜자 절반이 소득 상위 30%라는 주장이 나왔다.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강화 방안은 복지부가 당초 공지한 기한을 넘겨 발표했다. 진영 장관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방안이 자산의 소신과 배치된다며 전격 사퇴했기 때문이다.

 

장관 공석이 이어지면서 문형표 현 장관이 취임하기까지 정책 추진에 차질이 생겼고, 국정감사 등을 거치면서 복지부는 발표를 미룬다. 세종특별시 이전 등도 영향을 미쳤다.

 

복지부는 3대 비급여에 따른 병원계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이유로 40여 일이 지난 올해 2월 11일에야 공약 이행 방안을 공개했다. 현행 80% 수준의 선택진료의사를 30%로 줄이고, 일반병실 기준을 6인실에서 4인실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3대 비급여 개편에 따른 병원계 수익 감소분은 질 평가를 반영한 수가 신설 등으로 보존하겠다고 제시했다.

 

복지부 발표 직후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대학병원 교수들 사이에선 3대 비급여 혜택이 대형병원을 주로 찾는 환자에게 집중돼 정책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

 

복지부는 지역별 병상총량관리제, 서울 대형병원과 지방병원 간 협력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불만은 여전한 상태다.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간병비 문제는 내년에야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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