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방문하지 마세요' 통보 늘어나는 의료계
의협 스티커 배부 후 속도…일부 제약사, 거래처 수십곳 차단 망연자실
2013.02.13 20:00 댓글쓰기

지난 4일 의료계가 제약 영업사원들의 병·의원 출입 금지령을 선포한 가운데 실제 설 전후로 "방문 자제"를 통보한 개원의들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제약사들이 이 같은 의료계 살생부에 오르면서 개원의들 내부적으로 찬반 내홍이 불거졌지만 ‘A’ 제약사의 경우 이미 지난 주 서울지역 거래처 약 50곳으로부터 구두 상으로 ‘출입 금지령’을 전달받았다는 후문이다.

 

아직 서울 전 지역 개원의 수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지만 의료계 자정선언 이후 2~3일 뒤부터 대한의사협회 행보에 동참하고 있는 병·의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울러 지난 13일 대한의사협회가 ‘영업사원 출입 금지’ 내용의 스티커 배포를 시작하는 등 구체적인 행보에 나섰기 때문에 3월 중으로 영업사원 방문 금지 스티커나 팻말을 내건 개원의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배포되는 스티커는 전국 의사 12만명의 30% 정도에 달하는 4만여 장이다.  

 

국내 A 제약사 관계자는 “설 직전까지는 의협 공문이 개원가에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이미 거래처 병·의원 50곳 정도가 영업사원들한테 방문하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협이 13일 각 회원들과 시도의사회에 서신을 발송,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 선언 의미와 진행 이유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전달함에 따라 앞으로 출입금지령을 내건 개원의 수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문이 내려오면 고민해보겠다는 의사들이 많았다. 2월이 지나 3월쯤 되면 제약사 직원 방문을 금하는 곳들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정말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장사를 안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오지 말라고 하는 곳 외 거래처에만 갈 수 밖에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B 제약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존대로 영업사원 방문이 이뤄지고 있는 곳들이 있지만 출입을 금지하는 거래처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영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지만 전화로 ‘오지 말라’고 통보하는 곳들이 생기고 있다. 현재로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신규 거래처 출입이다. 아무래도 몇 번 씩은 방문을 해서 기념품 등이라도 드려야 하는 것인데 이젠 못 만나게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회사 자체도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제약사에서 향후 대책을 세우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한국제약협회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회원사들의 입장을 조율 중에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 제약업계 사령탑인 만큼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기까지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특별한 답이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의협 성명서 발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 중에 있다”며 “아직 어떠한 논의가 이뤄질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오리지널 제품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다국적제약사의 경우 이번 사안에 대해 비교적 큰 우려감을 내비치진 않았지만 역시 같은 제약산업에 있다보니 민감한 부분임을 내비쳤다.

 

다국적제약 C사 관계자는 “MR 출입금지 스티커가 배부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주 거래처가 개원의가 아니기 때문에 큰 초점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연일 제약업계에 좋지 않은 이슈가 터지고 있어 아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른 외자기업 D사의 경우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아직 특별한 입장을 전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의협이 배포한 스티커에는 “수고 많으십니다. 진료의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제약회사 MR님들의 방문을 정중히 사용하오니 양해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시, 의료계의 단호한 의지가 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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