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진료만 허용하는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에 반발해 행정소송에 나선 가운데, ‘의료법 15조’를 근거로 제주도 패소를 예상하는 대다수 의견과 달리 녹지병원의 패소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해당 견해는 제주도가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공개한 사업계획을 근거로 하고 있어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두고 논란이 재점화 될 전망이다. 특히 사업계획서는 복지부의 영리병원 사전승인 및 제주도의 허가 등 적절성 여부 및 우회투자 논란 등을 가늠할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제주 영리병원 철회와 공공병원 전환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이찬진 변호사는 “제주도 조례와 관계없이 녹지법인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보건의료노조(보건노조)를 비롯해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단체의 ‘제주도 패소’ 예상과는 다른 부분이다.
이 변호사는 “제주도에서 나온 보도자료에 명시된 지난 2015년 사업계획 승인 당시 사업계획서에는 녹지국제병원 의료서비스 대상을 제주도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스스로 한정하고 있다”며 “사업계획 자체를 외국인도 아니고 외국인 관광객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런 사업계획에 따른 승인이기 때문에 문제 삼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의 승소’를 예상한 이 변호사는 오히려 사업계획 변경의 가능성을 경계하기도 했다. 사업계획 자체가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의 변경 시 제주도가 적법성·정당성을 가진 ‘거부의 명분’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제주도 내 고용효과 등 영향 때문에 내국인 진료를 정당화하거나 제주도특별법에 내국인 진료제한 조항이 제정돼 시행해야한다”고 말했다.
영리병원 개설 허가의 근거가 되는 제주특별법은 외국의료기관의 진료 대상 등 특별법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의료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는데, 의료법 15조는 의사가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제주도의 '외국인 조건부 허가' 행정처분이 위법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보건노조 박민숙 부위원장은 8페이지짜리 사업계획서 요약본을 제시하며 “외국인 진료만 가능토록 한다는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녹지그룹이 사업계획서에 외국인만 대상으로 진료하겠다고 명시했다면 행정소송을 낼 이유가 없다”며 “내달 11일 제주도가 사업계획서를 공개하기로 했는데, 공개된 사업계획서가 원본과 다를 수 있으니 복지부도 함께 공개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업계획서 원본이 공개될 경우,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녹지국제병원은 ▲의료사업 경험 전무(全無) ▲우회투자 ▲복지부 승인 ▲건물가압류·인수의혹 타진 등 고려하지 않은 제주도의 허가 등 갖가지 논란을 안고 있는데, 사업계획서가 의혹을 해소할 ‘키(Key)’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지그룹, 소송가액 3500억 고려” 제기
이날 토론회에서는 녹지그룹이 행정소송 이후 민사 등 소송에서 소송가액을 3500억원을 고려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인수비용 문제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제주도민운동본부 홍영철 상임공동대표는 “녹지국제병원 인수를 이야기할 때 비용문제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녹지국제병원 가압류 상태이고, 인건비·개발 후 기대이익 등까지 고려해 소송가액으로 3500억원을 생각하고 있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대병원이 1000억원 대로 설립됐는데, 녹지국제병원은 500억원 가치가 채 안될 것”이라며 “현재 인수금액으로 800억원 가량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중에 얼마나 늘어날지 모른다”고 경계했다.
한편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제기한 행정소송과 관련해 “지난해 1월 조건부 허가와 관련해 복지부로부터 의료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제주도와 복지부 입장이 같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은 조건부 허가 자체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따진 것이 아니다”며 “제주도의 책임·창의성·다양성 등을 인정한다는 취지였으며, 제주특별법을 넘어선 권한행사를 할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