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환자 성폭행, 대리수술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의료계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의료인의 ‘진료중 성범죄 처분 기준 강화’와 함께 ‘징계정보 공개’가 가시화 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료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지역 사회에서 주홍글씨를 새기는 마녀사냥”이라고 단정,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국회에 보건복지부는 23일 서면답변을 통해 “의료인 성범죄 근절 방안을 적극 마련하고 징계정보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권 보장을 위해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공개 대상과 범위 등은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를 거쳐 나간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의료인 업무 특성상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만큼 의료인 성범죄 처벌 강화 지적에 공감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답변서에는 의료인의 진료 중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8월 17일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을 개정, 시행한 사실도 언급됐다.
해당 규칙에서 의료인의 진료 중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은 자격정지 1개월에서 12개월로 강화됐다.
이어 복지부는 “진료중 성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겠다”는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8월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힘을 싣겠다는 의미다.
10월 들어서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손금주 의원(무소속)은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집행 및 선고 유예를 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시키고 5년 내 면허 재교부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진행중인 국정감사에서도 성범죄·폭행·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른 자가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는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성범죄와 무면허 의료, 사무장병원 의료인의 면허 재교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의료인의 범죄행위를 공개해야 한다. 복지부는 환자와 환자 가족을 생각해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박능후 장관은 “의료인 성범죄 등 중대범죄자의 명단 공개 여부를 사회적 논의를 거치는 방안을 연구해 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박 장관은 후반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다른 전문인에 비해 의료인은 징계정보 공개에 있어 보호를 받아왔다.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는 지난 7월 ‘2018년 제1차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복지부에 의료인 징계 정보 공개에 관한 개선을 권고하면서 부각됐다.
그러자 의료계는 즉각 강하게 반발, 논의 중단 및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료인 징계 정보 공개는 의사가 지역사회에서 의료업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주홍글씨가 될 것”이라며 “의료인을 타겟으로 마녀사냥을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의료법을 위반하게 되면 면허취소나 자격 정지를 통해 의료업을 제한하고, 성범죄의 경우 신상공개와 취업 제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제재 법안이 필요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의료인을 대상으로 검진의사 실명제, 명찰 패용 의무화 등 각종 신상공개 정책이 잇따라 추진됐다”면서 “여기에 이번에는 징계정보 등 의사 개인신상정보 공개까지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