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정부가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확대 추진 방침을 밝히자 개원가와 병원계 모두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질환을 현행 52개에서 100개로 확대 추진한다고 보고했다.
약제비 차등제 확대 추진으로 앞으로 경증질환임에도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의원급보다 높은 본인부담률을 적용받게 된다.
복지부는 9월 행정예고를 거쳐 관련 고시를 개정하고 오는 11월 본격적으로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개원가와 병원계 모두 약제비 차등제 확대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라북도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에 제출한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적용 대상질환 확대에 대한 의견을 통해 약제비 차등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북도의사회는 “이 제도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간 발생한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주요원인인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됐다”며 “대형병원 의료비 상승은 억제되지 않았고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당뇨·고혈압·위장염·편도 및 인후염·알레르기 비염 등 5개 질환에 대해 분석한 결과,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평균 이용률에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병원급 의료기관의 이용률은 증가했으며, 의원급 의료기관은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였다.
전북도의사회는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화 조치는 복지부가 계속해서 강조해 온 대형병원 외래환자 쏠림현상을 완화하는데 별다른 소
득이 없었다”며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과거에 비해서는 나아졌으나 큰 차이는 나지 않아 환자의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에 체감율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약제비 차등제 확대가 단지 약제비 차등 질환 확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의원협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이번 개선안은 단지 대상 질환만 52개 상병에서 100개 상병으로 확대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며 “단순히 상병명 확대에 그치는 제도는 질병 통계의 왜곡만을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기존 52개의 상병만으로도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상병명 확대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추가되는 상병에 대해 경우에 따라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을 예외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의원협회는 “새롭게 추가된 상병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종합병원으로 진료의뢰를 할 경우 한시적으로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을 적용하지 않는다”며 “이는 전혀 현실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원협회는 ▲상급병원 쏠림현상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의료전달체계 개선 시행 ▲종합병원 방문환자에 대한 진료의뢰서 예외규정 삭제 ▲종별 약제 본인부담율 차등을 의원 20%·병원 40%·종합병원 60%·상급종합병원 80%로 상향 등을 촉구했다.
병원계 역시 이번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시행에 있어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진료의뢰에 따른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 예외 적용에서 상급종합병원은 제외됐다”며 “이럴 경우 의학적으로 필요한 환자인데 약제비 본인부담율은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학적 판단에 따라 진료의뢰서를 갖고 종합병원에 간 경우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이 발생하지 않지만,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이러한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환자가 원해서 진료의뢰서를 갖고 가는 경우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